[세상의 자막들] 원주의 노거수
[세상의 자막들] 원주의 노거수
  • 임영석
  • 승인 2021.11.21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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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나는 이틀에 한 번 행구동 천년 느티나무를 찾아가 느티나무의 숨소리를 듣고 온다. 천년 노거수(老巨樹)가 되어 있다는 것은 신(神)의 영역에 다가가 있다는 것이다. 신이 아니면 천년을 버티고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원주에는 천년 노거수가 몇 그루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 거돈사지 느티나무, 대안리 느티나무, 행구동 느티나무 등이 천년 수령을 자랑하고 있다. 이중 반계리 은행나무와 대안리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나머지는 원주시의 보호수이다. 원주시 보호수 소나무 중에는 대안리 소나무와 소초 학곡리 용소나무가 있다. 

200~300년 정도의 느티나무 향나무 소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신림 용수막 성당 느티나무는 150년, 흥업 대안리 방석소나무는 700년, 소초 학곡리 용소나무는 300년, 신림면 용암리 당귀마을 시무나무 군은 150년, 신림 둔창리 느티나무 150년, 금대리 박달나무 군 150년, 노림리 노숲마을 느티나무 190년, 건등리 원평동 느티나무 150년, 구학리 선학동 드릅나무 군 190년, 월송리 송호마을 느티나무 200년, 구룡사 은행나무 200년, 무실동 송삼마을 느티나무 250년, 매지리 한촌 느티나무 400년, 소초면 평장리 골말 느티나무 300년, 관설동 섭재마을 느티나무 500년, 관설동 갈촌 느티나무 350년, 무실동 은행정마을 은행나무 300년, 무실동 행가리마을 은행나무 400년, 봉산동 상대울 느티나무 300년, 봉산동 화시래경로당 느티나무 300년, 우산동 우무개마을 상수리나무 300년, 개운동 무항골 은행나무 300년, KBS 원주방송국 느티나무 450년, 월송리 구미마을 느티나무 700년, 호저면 용곡리 느티나무 500년, 보통리 금복동 느티나무 600년, 안창리 능촌 느티나무 500년, 옥산리 지촌 은행나무 600년, 교항리 교동 느티나무 600년, 봉산동 웃화실 느티나무 500년, 원주 감영 느티나무 600년, 등 많은 나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이 나무들을 보고 자란 마을 사람들은 나무들을 늘 보고 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그 주변의 길을 지나치면서도 거기에 그런 나무가 있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종종 노거수들을 찾아가 그 나무 아래에 있는 평상에 앉았다가 쉬고 오는 날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고향의 흙냄새를 맡고 오는 그런 느낌 하나 때문이다. 원주시에 등록되어 있는 보호수가 132그루이고, 이 중 느티나무 66그루, 은행나무 9그루, 상수리나무 1그루, 말채나무 1그루, 소나무 24그루, 느릅나무 3그루, 까치박달 외 21그루, 시무나무 5그루가 보호수로 등록되어 있다. 이 나무들은 원주에 사는 사람들의 선생님이고, 대대로 살아온 조상들의 소꿉친구였을 것이다. 노거수들을 찾아다니며 보는 것은 나무들만 보는 것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풍경을 덤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종종 이 살아 있는 역사를 학교 교육과 연계하여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 노거수들에 대한 정보나 관련 자료들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시청 담당자나 교육청 담당자가 이를 함께 공유하고 각 학교 일선 선생님들께 자료를 배포하여 학교 주변의 노거수들에 대한 관찰, 자연보호 등의 활동을 병행한다면 좋겠다. 이 노거수들은 원주시의 박물관이고 도서관이다. 원주시 시의원에게 제안을 하고 싶다. 2022년 문화행정 예산에 원주시 노거수들을 담은 사진집을 만들어 원주시 각 학교와 도서관, 행정센터, 그리고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배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이러한 사업이 문화행정의 기본적인 활동이라 생각한다. 사진작가 협회의 도움을 받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문화행정이란 관심을 갖은 만큼 오랜 역사의 전통이 이어지고 지켜지는 것이다. 그리고 각 언론사들도 가능한 이런 노거수의 관리 상태에 대하여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노거수의 오랜 삶의 시간을 공유하고 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아래 시는 그 마음을 담은 나의 시다.

밤이면 / 천태산 은행나무 / 어둠보다 더 어둡게 서서 / 개똥벌레 한 마리 / 몸속에 들인다 // 개똥벌레 한 마리 들였을 뿐인데 / 밤이면 밤마다 / 반짝반짝 빛나는 / 하늘 같은 나무가 되어 있다 // 하느님이 아니어도 / 부처님이 아니어도 / 하늘이 될 수 있다는 걸 / 어둠 속에 서서 / 매일매일 보여주신다 

▲ 임영석 시 「하늘 같은 나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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