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삼장법사 닮은 정치인 없나요!
[비로봉에서] 삼장법사 닮은 정치인 없나요!
  • 심규정
  • 승인 2021.12.0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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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나에게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있다. 바로 ‘빈틈없다’, ‘칼 같다’는 평가다. 일처리를 깔끔하게 한다는 평가와 함께 벽창호처럼 앞뒤로 꽉꽉 막혀서 말이 안 통한다는 양극단의 반응을 주변에서 접하게 된다. 언론사 밥을 30년 넘게 먹은 필자로서는 고관대작부터 갑남을녀까지 두루 상대하는 직업인으로서 불현 듯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남들이 나를 편하게 대할까. 그래서 일부러 실수도 하고, 어리숙하게 보이기 위해 옷도 편하게 입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이라 남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대화를 주도하기도 하고. 그러다 “내가 주책없이 너무 말을 많이 한 것은 아닐까”라고 후회한 적도 있다. 이런 소통 능력, 스타일은 리더십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천품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입지자들의 리더십을 나름의 잣대로 재단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식은 멋을 잃으면 꼴불견이라고 했다. 지식에 취해 소신, 주관이 너무 확고한 사람을 보면 ‘좀 둥글둥글한 모습이 아쉽네’라거나 말수는 적은데 핵심을 간추린 키워드로 맞장구를 쳐주는 언변의 소유자를 보면 ‘내공이 상당하네. 진중하고…’라고 속으로 되된다. 이외에도 소개하고 싶지 않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정치인의 리더십을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최문순 강원지사다. 3선 제한에 묶여 이제 그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그의 리더십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혹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허허실실해서 바보 같다”라거나 스스로 ‘불량감자’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나중에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그가 누군가. ‘고발뉴스의 효시’로 불린 지상파 방송의 카메라출동 취재 기자로 칼 같고 치밀했던 모습, 또 방송사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전력…겉으로는 ‘허허실실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지만, 속으로는 가슴 속에 뭔가 묵직한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부담 없는 옆집 아저씨’ 같은 리더십에 도민들은 최문순에게 3선 도지사란 훈장을 달아줬다. 물론 그의 공과를 두고 논란은 있지만. 아무튼 최문순은 수더분한 정치인의 전형으로 또렷이 기억될 것이다.

근래 들어 삼장법사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할 불경을 구하는 과정을 그린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는 발군의 리더십과 친화력으로 능력이 탁월하지만 실수가 잦은 손오공과 낙천적인 저팔계, 포부 없이 주어진 만큼만 성실히 일하는 사오정을 아우르며 성과를 극대화했다. 중국 화동이공대학 경영대학원의 박사과정 천훙안 지도교수는 자신의 저서 ‘새로운 시대의 권력, 마이크로 파워’에서 삼장법사가 이끄는 오합지졸팀을 역사상 가장 성공한 블루오션팀이라고 평가했다.

좋은 리더십의 요체는 겸손이다. 나를 위한 리더십이 아닌 나보다 더 큰 존재, 이를 테면 회사에서, 소속 정당에서 돋보이게 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리더십은 외고집, 능변조, 그리고 영리함, 기교가 아니라 단순함과 정직함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큰 뜻을 품되 은인자중할 줄 아는 정치인이 사골을 잘 우려낸 국밥처럼 묵직한 뒷맛과 질량을 과시한다. 답은 겸양지덕의 리더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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