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결핵, 다시보기
[기고] 결핵, 다시보기
  • 정우문
  • 승인 2021.12.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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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문 [정병원 정형외과 원장]
△정우문 [정병원 정형외과 원장]

결핵은 기원전 7,000년 경 석기 시대의 화석에서 그 흔적이 발견된 이래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으로,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Robert Koch)가 결핵의 병원체인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을 발견하여 같은 해 3월 학회에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주로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droplet nuclei,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입자가 공기 중에 나와 수분이 적어지면서 날아다니기 쉬운 형태로 된 것)에 의해 직접 감염되지만, 감염된다고 하여 모두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대개 접촉자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감염된 사람의 10% 정도가 결핵 환자가 되며 나머지 90%의 감염자는 평생 건강하게 지낸다. 발병하는 사람들의 50%는 감염 후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그 후 일생 중 특정 시기에, 즉 면역력이 감소하는 때 발병하게 된다.

폐결핵 감염진단은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 체외 인터페론 감마(Interferon-gamma) 검사로 진행하며, 폐결핵 발병진단은 흉부 X선 촬영, 결핵균 검사, 흉부 CT로 진행된다.

결핵을 예방하려면 BCG 접종을 해야 한다. BCG는 우형 결핵균의 독성을 약하게 하여 만든 것으로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결핵에 대한 면역을 갖게 하는 백신이다. 결핵균에 감염되기 전 BCG 접종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률이 1/5로 줄어드는데, 이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된다. 특히 BCG는 폐결핵뿐 아니라 사망률이 높은 소아의 결핵성 뇌막염이나 속립성 결핵(좁쌀결핵) 예방효과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한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BCG를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간혹 결핵 환자의 가족 중에 또 다른 결핵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혹시 유전이 아니냐고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환자의 몸에서 나온 결핵균에 다른 사람이 전염된 것이지 결핵은 유전되는 병이 아니다.

또한 과거 효과적인 결핵치료약이 없던 시절에는 결핵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 않도록 병원이나 요양소에 환자를 격리했던 경우가 있었으나, 현재 나와 있는 결핵약은 처음 2주 정도만 꾸준히 복용하면 결핵균의 전염력이 거의 소실되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따로 입원을 하거나 격리생활을 할 필요는 없고 환자가 사용하는 식기, 의류, 침구, 책 등과 같은 환자의 소유물이나 음식을 통해서는 결코 전염되지 않는다. 사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결핵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한 이후가 아니라 결핵을 진단받기 이전의 시기이므로 환자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서 결핵이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하면 미루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담배는 그 자체로 결핵에 더 잘 걸리게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기관지염으로 인해 평소에도 기침과 가래가 많이 나오므로, 결핵으로 인한 증상을 담배로 인한 증상으로 오해하여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결핵이 발생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결핵 환자는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산모나 수유부의 경우에도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결핵치료가 아이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상당히 많은 양의 약을 매일 먹어야 하고 대부분의 결핵약은 간에서 대사가 된다. 따라서 간혹 결핵에 걸려 보약이나 개소주 등과 같은 건강보조식품을 임의로 먹게 되면, 그 자체가 간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가 있다. 따라서 결핵 환자도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일상적인 음식들을 골고루 먹으면 된다. 최근 일부의 연구 결과에서 특정 비타민이나 미량원소 등을 먹으면 결핵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지기도 하였으나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사실은 아니다.

결핵은 결코 60~70년대의 지나간 얘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잦은 기침이나 가래가 지속되면 한 번쯤은 결핵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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