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숲을 보지못한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기고]“숲을 보지못한 원주칠공예주식회사”
  • 김대중
  • 승인 2021.12.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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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며칠 전에 서울공예박물관 직원들이 원주 태장동에 있는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을 찾았다. 원주옻칠의 역사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위해 방문한 것이다. 원주옻칠 품질의 우수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의 옻칠기공예문화 역사를 연구하려면 원주옻칠과 역사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처음으로 칠공예주식회사 건물을 만난 서울공예박물관 직원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처음 건물을 보는 순간 큰 망치로 머리를 가격 받은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이유는 뭘까. 태장 1동 사무소 뒤편에 있는 원주칠공예주식회사의 현재 모습을 보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면 그들이 받은 충격에 공감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 건물 3채가 모두 식당 등 상가로 바뀌어 있다. 여기서 지나온 원주칠공예주식회사와 그 시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보면 더욱 이해될 것이다.

원주옻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제강점기 때다. ‘옻의 나라’ 일본인들이 원주옻을 높이 평가하면서 명성이 나기 시작했다. 1957년 원주옻칠의 가치를 알고 있던 원주의 뜻있는 유지들이 원주칠공예주식회사를 세웠다. 태장 1동에 총 2,000여 평의 부지를 마련해 본관 건물과 부속 건물 2동을 건립했다. 전국에서 민간인들이 세운 옻칠 관련 유일한 회사다.

칠공예부와 옻칠정제부 등을 두고 원주의 옻칠기공예문화 부흥의 요람이 됐다. 원주는 일약 옻칠기공예문화의 전국적인 중심이 됐다. 그런데 1978년 경영난으로 21년 만에 문을 닫았다. 비록 문을 닫고 건물은 40여 년간 방치됐지만 아주 소중한 옻칠 문화의 유산으로 남아 내려왔다.

이런 가치를 알아본 문화재청이 2012년 복원 관련 용역을 했으며 외관과 프레임이 견고하고 역사성과 상징성 등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그 가치를 몰랐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폐건물로 도심의 흉물이 됐다.

급기야 600여 평의 부지 매입은 규정상 국비 지원이 안 된다던 문화재청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던 중 그해 8월 긴급매입비 10억 원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했다.

원주시에서도 나머지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쳤다. 방치되던 사이에 이 부지를 매입한 땅 주인이 매각을 거부한 것이다. 복원은 백지화됐다. 상가 건물로 리모델링됐다. 그게 지금의 모습이다. 그러나 칠공예주식회사의 역할은 컸다. 옻칠기공예 역사에 남긴 의미는 더 컸다.

민간 기업이 주도해 옻나무 육묘에서 재배, 칠채취, 칠정제와 칠기와 공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운영한 전무후무한 사례다. 특히 1968년엔 거장 일사 김봉룡 선생(1902~1994)을 모셔와 원주를 옻칠기공예 문화의 도시로 견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옻칠공예 분야 1호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일사 김봉룡 나전장을 시작으로 심부길, 천상원 선생 등 전국에서 옻칠기공예계의 거장들이 오면서 원주를 대한민국 옻칠기공예문화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이렇듯 역사적 가치와 의미는 무궁무진하다. 원주만이 갖고 있는 보물 중에 보물이다. 다른 도시는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문화유산이다.

문화 예술적 영감의 보고가 될 수 있고 과거와 현재와의 만남의 공간이 될 것이다. 스토리의 보고(寶庫)이며 문화콘텐츠의 산 교육장이다. 당연히 엄청난 가치의 문화 관광자원이다. 문화는 돈이다. 지금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는 한국의 문화이다.

원주시 담당 부서에서 계획했던 대로 됐으면 일사 김봉룡 선생 기념관을 비롯해 전수교육관, 원주옻문화 역사홍보관 등을 갖춘 옻칠문화 창작과 교육공간으로 이보다 더 소중한 자산은 없을 것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직원은 “서울시였으면 그 부지 당장 매입했을 것”이라며 “너무 아쉽다”라고 했다.

원주는 예로부터 갖고 있는 문화, 역사에 대한 유산들만 잘 찾아서 콘텐츠 사업으로 해도 어느 도시도 따라오지 못할 관광자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 간다. 가까이 있는 것의 가치, 내 것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그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돌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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