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강원감영 선화당 보물지정의 ‘의미’
[문화칼럼] 강원감영 선화당 보물지정의 ‘의미’
  • 전영철
  • 승인 2021.12.26 2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영철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전영철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화재청은 지난 23일 조선시대 관아건물 8곳을 국가 보물로 지정하였다. 그중의 하나가 원주에 있는 강원감영 선화당이다. 한국전쟁으로 피해가 잦았던 원주로서 오히려 피해가 적었던 타 지역의 감영보다 오롯이 보존하고 있었음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미 임진왜란 때인 1592년에 불탔으나 1634년에 재건을 하였고 1895년 조선 8도가 23부 제도로 개편함에 따라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

포정문과 선화당만 제외하고 대부분 건물이 사라졌으나 원주는 이미 1995년부터 강원감영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중삼문, 내삼문, 행각에 대한 복원과 후원연못까지 조성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감영의 위치가 경상감영이 상주에서 대구로, 충청감영이 충주에서 공주로, 함경감영이 함흥에서 영흥으로 바뀌었으나 강원감영만큼은 원주에 위치하여 1895년까지 그 역할을 다하였기에 오늘날 오롯이 남아 보물 지정이라는 의미 있는 역사를 이룬 것이다. 강원감영은 조선시대 26개 부, 목, 군, 현을 관할하였던 곳으로 한강 이남에서 가장 컸던 관아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곳을 거쳐 간 관찰사만 512명이 재임하였고 송강 정철, 황희, 이민구 등 많은 인물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건축학자들은 강원감영 선화당의 미학은 포정루에서 시작하여 중삼문과 내삼문을 거쳐 선화당에 이르는 꺾임이라는 굴절의 미학이라고 말하는데 공교롭게 뮤지엄 산 미술관과 맥이 같이한다는 느낌이다. 강원대 최장순 교수는 지붕마루가 양성 바르기인 점, 용마루의 양 끝 용두(龍頭)와 사래 끝 토수(吐首) 등은 민가나 사찰에서 볼 수 없는 양식인 점, 내부 우물마루의 단차에 있어서 대청 역할을 하는 내진부분과 회랑 역할을 하는 외진부분의 우물마루에 단차를 둬 공간구성을 했다는 점, 내부 천장구조에서 마루방 천장과 양 측면 중도리와 외기도리, 상하중도리 밑에는 동자대공을 사용하고 종도리 밑에는 파련대공을 사용하여 그 쓰임과 위계를 달리한 점, 문울거미에는 변탕과 쌍사 처리하여 디테일하게 치장한 점 등을 들어 국가 보물로 지정되어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 원주만의 보물이 아닌 국가의 보물이 되기까지 온전하게 복원되도록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원주시 집행부, 문화재 관련 공직자, 연구자, 문화재 활용 기획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 문화, 건축양식을 반영한 가치 측면에서 국가 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어 지정된 만큼 시민들의 강원감영에 대한 가치의 인식과 사랑이 요구된다.

조선시대 감영은 행정, 군사, 조세 및 재판 등을 관장하던 곳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2018년 강원감영 후원공간의 관풍각, 봉래각, 조오정 등을 복원하면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문화재위원회를 설득하여 담장을 어린아이의 키 크기인 120cm로 낮춘 것은 시민들을 위해 큰 선물이었다. 그러한 노력으로 이뤄진 포정루와 후원연못에 들어오는 온화한 불빛은 시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것이다.

강원감영 선화당의 보물지정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강원감영을 보존과 활용차원에서 활용방안을 폭넓게 모색하였으면 한다. 이미 한복입기 체험이나 청년들의 콘텐츠 활용사업이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장소가치 활용사업이 있으면 좋을 듯하다. 둘째, 원도심 활성화의 거점공간으로서의 기능부여가 필요하다. 문화재 특성상 야간개방이나 적극적인 활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원주에 오면 꼭 가봐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시키는 일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강원감영과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현대적인 맥락에서 끄집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강원감영은 원일로 원도심에 위치하여 원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키는 공간이다. 이곳이 단순한 과거의 공간이 아닌 현대를 사는 원주시민들이 사랑하고 많은 일들이 발생하는 장소로서 진화하는 공간이 되기를 강원감영 선화당 보물지정과 함께 바래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