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교육 의제
[기고]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교육 의제
  • 강삼영
  • 승인 2021.12.2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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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삼영 (강원도교육청 기획조정관)
△강삼영 [강원도교육청 기획조정관]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은 약 27만 명이다. 47만 명이 태어난 2010년의 58% 수준이다. 현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생률인 인구대체율이 2.1은 되어야 한다고 인구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나라 현재 출생률은 모두 알다시피 0.9가 되지 않는다. 이 상태대로라면 2030년이 되기 전에 우리나라 인구는 정점을 찍고 감소한다. 세계 인구학자들은 300년 이내에 소멸할 나라의 첫 줄에 우리나라를 놓고 있다. 전체 인구로 보면 아직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나 학령인구 감소 그래프는 무서운 하향을 나타내고 있다. 시골 학교들은 전교생 30명이면 큰 학교라는 소리를 들을 판이고 교직원이 학생보다 많은 것도 예사가 되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여러 방면에서 교육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이뤄졌다. 처음 겪어보는 감염병 위기와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교육의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여러 요구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를 추리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것과 대학 서열구조 타파 등 입시제도 개혁이 될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은 감염병 상황에서 안전한 교육에 대한 요구가 반영된 것이지만 사실은 그 차원을 뛰어넘는다. 중간층을 잣대로 집단을 이끌어가는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개별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성찰이 반영된 것이다. 갑작스레 실시한 원격수업을 하면서 교사들은 학생 맞춤형 개별화 수업의 가능성을 보았고 다양한 시도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개별화 수업이 일반화된다는 것은 곧 공교육에서 책임교육을 완성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효과를 거둔다면 사교육비의 획기적 감소, 학생의 자존감 향상 등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개별화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학급 규모 축소는 필수적이다. 교육계에서는 학령인구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소중한 아이들을 한 명도 배움에서 소외시키지 않고 건강한 시민으로 키우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미래 대책이라는 것은 교육계의 일치된 생각이다. 반면 정부 당국, 특히 재정을 쥐고 있는 경제부처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원 정원 축소 등이 불가피하다는 경제 논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출생률 0.84라는 현실을 겪으면서도 한가하게 당장의 주판알만 튀기는 모습을 보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강원도교육청을 비롯한 몇몇 교육청이 2022학년도에 우선 초등학교 1학년에서 20명 이하 학급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한다. 이것이 성과를 나타내서 더 확산되고 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서열화된 대학구조를 없애고 입시제도를 개혁하는 것 또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입시는 모든 교육 의제를 잡아먹는 블랙홀이다. 교육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입시 앞에서 무력화되는 일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성취를 거두느냐가 아닌, 대학 간판을 따기 위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학생 절대다수를 주변인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입시가 없으면 교육의 국가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한다.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에 대한 심화된 연구가 이뤄져야지 초중고 아이들을 점수경쟁으로 내몬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강원교육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이 객관식 시험은 경쟁의 척도가 될 수 없고 아이들을 성장시키지 못한다며 교육적 의미가 미미하다고 한 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경제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입시제도는 없다는 점에서 모든 입시는 불공정하다. 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약자들에게 노력이 부족했다며 실패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불공정을 해소하고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들어가는 문을 넓히는 것이 최선이다. 가장 좋은 것은 고교졸업 자격시험에 통과한 학생은 누구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하고 졸업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일 테지만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래전 제안된 국립대학네트워크는 여전히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 전국의 국립대학을 단일 대학으로 통합하고 재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 체제를 깨자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학 개혁 사례가 있으므로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최근에는 비슷한 내용을 담아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의제를 던졌다.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곧 대선이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온갖 언설들 속에서 후보에 대한 인상비평만 하고 있을 만큼 우리는 한가하지 않다. 학령인구 절대 감소라는 재앙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교육 의제가 대선판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 유권자가 그것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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