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예술계는 지금 대체불가능 토큰(NFT) 적응 중
[기고]예술계는 지금 대체불가능 토큰(NFT) 적응 중
  • 이주은
  • 승인 2022.01.16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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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예술가 K씨는 느지막이 일어나 스케치를 몇 장 끄적이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며칠 전 K씨가 오픈씨(opensea)에 올린 ‘新 아름다움 시리즈’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작년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한 명을 데리고 돌싱 선언을 한 후 K씨의 삶은 험난한 계곡과 꽃밭을 오가는 생활이 시작됐다. 그러면서 5년간 상자에 담아두었던 물감과 붓을 꺼내든 터였다.

블록체인, 가상화폐, NFT 등의 용어도 K씨는 너무 생소했는데, 두 달 전 학교 모임에 나갔더니 작업하는 동기들 모두 너도나도 NFT(Non-Fungible Token ; 디지털 자산의 저작권과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네트워크에 기록하는 방식) 아트로 작품을 전향하고 있었다. 그중 제일 먼저 NFT를 시작한 동기 O씨의 도움을 받아 opensea, Nifty Gateway, rarible, Foundation 등의 경매사이트 중 가장 쉽게 느껴졌던 opensea에 작품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NFT라는 용어도 낯설었던 K씨는 작품 하랴 틈틈이 컴퓨터 확인하랴 눈코 뜰 새 없어졌다. NFT 콘텐츠는 그림, 사진, 영상 등 작가나 크리에이터가 생산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겨우 이해한 K씨는 몇 년 전 그려놓았던 스케치로 minting이라는 것도 해보았다. K씨의 스케치가 디지털 암호화 작업을 거쳐서 작품 안에 작품명, 제작 일자, 희망 가격, 재판매 시 로열티 관련 계약정보가 입력되는 minting 순간의 놀라움이 아직 K씨의 기억에 남아있다. 2021년에는 크리스티 경매, 소더비 경매에서도 NFT 경매를 도입하면서 예술작품의 매매가 이루어졌다는 소식도 동기 O씨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이제 K씨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예술계의 지형도 속에서 전국의 미술관, 해외의 아트페어도 컴퓨터를 통해 접하고 예술작품 구매자에게 직접 NFT 작품을 판매하여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블록체인 회사 라바랩스가 제작한 ‘크립토펑크 9997’은 약 13억 5,000만 원에 판매되었고 유명한 영국의 벽화 작가인 뱅크시의 ‘멍청이들’이란 작품을 불 지르는 퍼포먼스 이미지는 4억을 호가했다는 사실이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K씨에게는 많은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미술이란 K씨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던가? 캔버스와 물감 혹은 대리석 화강암 덩어리와 해라 망치 등이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아그리파, 줄리앙 석고상과 씨름했던 기억은 아스라이 신석기 유물처럼 느껴진다. K씨는 NFT 아트의 희망적인 면들을 보며 미약하나마 삶의 힘을 얻고 있다. NFT 아트는 작품의 모든 정보가 자동적으로 입력됨으로써 작가의 권한과 가치가 높아진다. 그리고 K씨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판매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가 될 때마다 이윤이 발생하는(추급권) 좋은 일도 생긴 것이다. 또한 MZ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가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구매까지 하는 경향을 직접 경험한다. 나아가 NFT 콘텐츠로 다양한 상품과 파생 콘텐츠가 생산되는 NFT 신세계도 본다.

NFT 아트의 그림자는 그럼 없을까. 동기 O씨는 현재까지 이슈화되고 있는 NFT 아트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거품 논란과 전기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말한다. NFT 1이더리움 거래 때 발생하는 전기료는 유럽연합 거주자 1인의 4일 전력량에 맞먹는다는 사실은 K씨를 다시 놀라게 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작품이 해킹당하는 디지털 환경의 한계도 전해 들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방과 후 동아리 교육이나 자유학년제 수업에 의지하여 생계를 이어갔던 K씨는 새로운 작품방식에 대한 도전과 어떻게 보면 1인 사업체와도 같은 NFT 아트의 관리와 판매를 하루의 일상처럼 익숙해지는 것이 2022년 현재의 삶이 되었다. 많은 물음과 아직 펼쳐지지 않은 또 다른 새로운 지형을 뒤로하고 시간을 쪼개 작품을 제작하고 민팅하고 컴퓨터를 살피는 예술가 K의 NFT 일상은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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