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숲의 도시 원주를 위한 제언
[문화칼럼] 숲의 도시 원주를 위한 제언
  • 전영철
  • 승인 2022.01.23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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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이인직의 신소설 치악산을 보면 『강원도 원주 경내에 이름난 산은 치악산이라…중중첩첩하고 외외암암하여 웅장하기는 대단히 웅장한 산이라. 하늘에 닿듯이 높이 솟아 동에서부터 남으로 달려 내려가는 그 산 형세를 원주 읍내서 보면 남편 하늘 밑에 푸른 병풍 친 것 같더라. 치악산을 병풍 삼고 사는 사람들은 그 산밑에서 논을 풀고 밭 일어서 오곡 심어 호구하고, 그 산의 솔을 베어다가 집을 짓고, 그 산의 고비고사리를 캐어다가 반찬하고, 그 산에서 흘러내려 가는 물을 먹고 사는 터라. 사람의 생명이 그 산에 많이 달렸는데...』 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원주는 치악산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당시 중앙선 철도도 없었던 터라 중앙의 시각으로 봤을 때 변방이었지만,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받던 원주의 산림 가치가 현재 중요해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반계리 은행나무와 신림 성남리의 성황림이 그렇다. 또 치악산 둘레길과 원주 굽잇길도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얼마 전 개장한 호저면 산현리의 자작나무 숲길은 10ha에 자작나무 5만 4,000여 그루가 1989년부터 1990년까지 조림된 곳이다. 원주시가 원주이씨 종중산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해 조만간 수목원까지 갖춘다고 한다.

이곳의 가치가 높은 이유는 북원주 나들목 근처로 시내에서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고, 높지 않은 해발고도와 섬강 산책로를 갖춰 어린이들의 소풍장소로도 주목받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옛 원주역에서 봉산동과 행구동을 지나 반곡역에 이르는 옛 철로는 치악산 바람 숲길이라는 이름의 명품 길로 태어나 뉴욕의 하이라인 못지않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길로 등재가 예상된다.

우리보다 앞서 산림의 이용 가치를 중시했던 일본의 경우 숲의 도시를 표방한 ‘숲의 교토’라는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찾아내 자연 속의 도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산은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의 보고로 봤다. 봄이면 산벚꽃이며 꽃의 천지, 여름이면 계곡에 뛰노는 물고기, 가을이면 단풍, 겨울이면 숲이 잠이 들면서 설경을 이룬다고 찬미하고 있다. 또 숲에서 나는 자연의 소리는 비타민이고 인류 최적의 온도인 27℃, 습도 60%의 조건이 숲에서 잘 이뤄진다고 말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일상이 일상이 된 지금, 여러 가지 변화 중에 ‘힐링, 웰빙, 사적인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연평균 100만 명이 방문하는 제주올레에 비해 치악산은 열차로 한 시간 만에 도착하는 장점이 있어 어떻게 포지셔닝 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몇 가지 원주 숲의 활용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원주 숲지도를 만들어 보자. 도심공원, 태장동 캠프롱, 치악산, 백운산, 간현 소금산, 호저 산현리 자작나무 숲, 성남리 성황림 등 채워나가자. 풍요로운 숲의 도시 기운이 넘쳐날 것이다. 

둘째, 숲에 문화적인 장치를 도입하자. 전주에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숲에 학산 숲속 시집도서관을 나무로 만들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었다. 호저 산현리 자작나무 수목원에도 숲속 미술관이 생긴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원인동 남산근린공원은 이미 예술의 숲이 되어가고 있다.

셋째, 지역 숲과 길에 대한 인문 아카데미와 프로그램 아카데미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길과 숲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육성해야 할 것이다. 어느 포럼장에서 만난 제주올레 상임이사는 제주올레의 성공 요인에 대해 “두세 사람의 인생이 거기에 헌신하고 희생될 때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단순명료하지만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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