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정치인의 말, 분열의 말 말고는 없는가?
[세상의 자막들] 정치인의 말, 분열의 말 말고는 없는가?
  • 임영석
  • 승인 2022.01.30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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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요즘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사회적 시선은 정치인의 입에 모이고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그 말들을 들어보면 맹수들이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으르렁거리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 같다. 마치 대통령이 되면 신(神)처럼 초인간적, 초자연적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바꾸어 놓겠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누가 더 풍선처럼 부풀려 좋은 말을 하는지, 상대방의 말이 얼마나 허구가 많은지에 대한 비판의 일삼고 있다.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모든 권한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국회나 지방 의회에서 제도화하는 법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상실한 느낌마저 든다. 여야를 떠나 모든 후보가 선정적인 입씨름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니 누가 이기고 지든 국민의 분열은 엿장수 가위질 소리처럼 내 알 바 아니라는 소리로만 들린다.

국민의 신성한 주권의 표를 공감으로 얻겠다는 의식보다는 상대의 모난 흠을 물어뜯어 빼앗겠다는 동물적 감각만 난무하다. 그 배경에는 어떻게든 세대와 세대를 편 가르고, 계층과 계층을 편 가르고, 지역과 지역을 편 가르고, 남과 여를 편 갈라 나에게 유리한 말만 내뱉는다. 마치 독을 입에 물고 혀만 날름거리는 뱀의 혀에 농락을 당해야 하는 국민의 실망감은 안중에도 없다. 

정치에서 고개를 돌려 자연을 보자, 풀이 나무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물이 불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자연의 이치는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는데, 풀을 나무로 만들겠다는 심사이고, 물을 불로 바꾸겠다는 심사이니, 그 허구가 바닥에서 헤어날 수 없는 지경으로 빠트리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 경제발전을 이렇게 하겠다고 말하고는 환경보전 또한 과거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는 말하지 않는다. 요술 주머니를 몇 개나 가졌는지 모르지만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일들을 마술사처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가관(可觀)이 따로 없다. 후보들의 입에서 내뱉는 말들이 다 가관이다.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이 노예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대통령에 나서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말처럼 우리는 언제쯤 위대한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통합을 상징하고, 민주주의가 강고하고, 국민의 분열을 막아내는 후보의 말에 열광하여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날을 언제쯤 맞을까.

작금의 현실은 희망이 없어 결혼하지 않고, 제도가 공정하지 않아 돈과 권력에 치중되는 형국이다. 정치인들은 돈이 있고 없건 똑같은 인권이 보장되고, 권력이 있고 없건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은 뒷전인 것 같다. 내가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맹수같은 본능 하나만 보인다.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권력에 눈독을 들여 삭막한 세상을 살아왔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히려 가진 자를 더 두둔하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단적인 예를 정희성 시인의 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 /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 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 /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 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 /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정희성 시 「세상이 달라졌다」 전문

우리는 우리의 세상에 마음을 통일하고, 꿈을 통일하고, 희망을 통일하지 않으면 정치도, 사회도, 경제도, 평화도 이루어 내지 못할 것이다. 분열의 말 대신 이제 우리의 마음을 통일하고, 우리의 꿈을 통일하고, 우리의 내일을 통일하자고 나는 외치고 싶다. 그래야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래야 이 땅에 민주주의가 바로 설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내일이 밝을 것이다. 정치인의 입에서 분열의 말보다는 우리 국민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통일이라는 말이 새순처럼 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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