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창묵 시장 ‘퇴임의 변’ 유감
[비로봉에서] 원창묵 시장 ‘퇴임의 변’ 유감
  • 심규정
  • 승인 2022.01.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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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정신분열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Eugen Bleuler)는 양가감정(Ambivalence)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양가감정이란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두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매우 혼란스러운 감정이지만, 한편으로는 보편적이며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원창묵 전 시장의 퇴임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양가감정이 치솟은 것은 왜일까? 그의 원주시정 12년은 ‘동전의 양면’처럼 성과도 있지만, 역으로 그 반대의 평가도 상존한다.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시정을 이끌어 나가면서 뒷말 없이 시정을 마무리하기는 힘들다.

원창묵의 12년 ‘시간의 강’을 돌이켜보면 굽이굽이 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서 그가 내놓을 퇴임의 변이 궁금했다. 감정이입을 통해 ‘어떤 퇴임의 변을 내놓을까’라고 머릿속에 그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가 밝힌 ‘12년 시정 마침표, 원주시장 퇴임에 즈음하여’라는 퇴임사는 ‘정치 9단’ 원창묵 답지 않았다.

내용은 예상했던 퇴임의 변과 다르지 않았다.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과 공직자에게 감사의 인사, 시정 성과 소개. 여기에 ‘잿빛 군사도시에서 다채로운 색을 지닌 조화로운 미래도시’, ‘눈부신 성장’ 등 현란한 수사까지 더해져 포장미는 그럴 듯 했다.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많은 반대와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라는 표현에서는 십분 수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퇴임의 변이 ‘자화자찬’, ‘자기변명’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화훼단지, 글로벌 테마파크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의 표현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그간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서 “완전 백지화는 아니다. 계속 투자자와 협의 중이다”라며 아직도 사업에 미련이 있음을 내비쳤다.

물론 원창묵 시장은 묘방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 그러나 월척을 안길 것 같았던 이 사업은 결국 피라미조차 건지지 못한 최대 실패작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추진했던 몇 가지 사업이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실망시켜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라고 진솔하게 언급했어야 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역시, 원창묵 시장은 사과(유감) 표명에 너무 인색해’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퇴임의 변‘은 또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이로 인한 확진자 속출, 지역사회 전반의 위기 상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시정 최고 책임자로서 따뜻한 위로의 말이 무척 아쉬웠다. 그의 마지막 시정 2년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얼룩져 ‘전염병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쓸까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다.

‘이미지 정치의 귀재’, ‘달변가’ 원창묵. 그의 흉중을 자세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정치 감각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원비어천가(元飛御天歌)’를 부르지 못하는 점을 양해 바란다. 더 큰 도전에 서광이 비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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