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치악산의 가치를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기고]치악산의 가치를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 김대중
  • 승인 2022.02.13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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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김대중 (언론인)

지난해 치악산을 찾은 사람들이 80만 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친 생활이 됐지만 오히려 더 많이 온 것이다. 아마도 옛날부터 치면 지금까지 치악산을 찾은 사람들의 수는 수천만 명이 될 것이다. 치악산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등산만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숲을 좋아해서 찾는 사람도 있고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원주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치악산이 압도적이다. 책으로 말하면 불멸의 스테디셀러다. 그런데 치악산의 진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흔히 악자가 들어가는 험악한 산이라고 해서 악산(惡山)이라거나 좀 더해서 치가 떨리고 악이 바친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한다. 좀 더 아는 사람들이면 꿩 설화나 이야기한다. 보은(報恩)의 산이라는 치악산의 유래를 알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치악산은 세종 때 전국에 금산(禁山)으로 지정된 200여 산 중에 하나다. 금산은 나라에서 함부로 훼손하는 것을 금지한 산이다. 옛 지도에도 금산으로 표기돼 있다. 지맥(地脈)을 건드리면 안되고 황장목(黃腸木) 같은 우수한 소나무 숲이 뛰어나 특별히 관리했다. 그런 치악산이니 당연히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망해 가던 통일 신라말에 궁예와 양길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땅이 됐고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개국한 태종 이방원의 꿈에 불씨를 붙인 땅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란 ‘인내천(人乃天)’의 평등 세상을 꿈꾼 해월 최시형 선생이 말년에 잠시 숨어 재기를 도모했던 땅이다. 무위당 선생은 그래서 치악산을 모든 생명을 보듬고 품어주는 곳이라는 뜻으로 모월산(母月山)이라 했다. 치악산은 간단히만 보아도 대한민국에 어느 산도 따라올 수 없는 산중에 진산(鎭山)이다. 그런 치악산이 사실 원주 사람들에게는 그리 가치가 있는 것 같지 않다. 1984년 국립공원이 된 이래 지금까지 인프라가 너무 빈약하다. 파헤치고 개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산을 가까지 할 수 있는 편의시설 같은 인프라가 너무 없다. 

대중교통의 접근성은 최악이다. KTX나 고속 및 시외버스 터미널을 경유하는 시내버스가 없다. 외지에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어이없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찾는 구룡사 쪽을 보면 전국의 국립공원과 비교가 된다. 한국전쟁 후 모습이다. 주변의 안내판 같은 시설도 엉터리기는 마찬가지다. 가까운 오대산이나 설악산만 봐도 너무나도 비교가 될 것이다. 조선 태종 이방원이 보면 통탄을 할 일이다. 내시별감을 특별히 보내 산신제를 올렸던 산을 이렇게 방치하다니 차라리 6백 년 전이 더 대접을 받았다. 훨씬 더 가치를 인정받은 산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첫째 자기 것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가치에 대한 무지와 무식이다. 우량한 숲과 재밌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 치악산을 모르니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좋은 숲과 풍부한 스토리는 엄청난 관광자산이다. 이런 가치와 트랜드는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원주를 이끌어 가는 소위 정치 지도자들의 무지다. 역사와 문화가 얼마나 귀한 자산인지를 모르는 자질 때문이다. 자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도 없이 지역을 이끌겠다는 욕심만이 앞선 것이다. 돈도 크게 들이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도 따라 올 수 없는 관광자산을 만들 수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선 우리 원주의 역사와 문화를 아는 지도자들이 많이 선출되면 정말 좋겠다.

지금부터라도 그 가치를 공부하고 위상을 정립해서 새로운 미래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뛰어난 가치와 더불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접근성이 이렇게 좋은 곳도 드물다. 우리의 후손들로부터 아름답고 매력적인 산을 물려줘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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