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준비 서두를 때
[문화칼럼]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준비 서두를 때
  • 전영철
  • 승인 2022.02.1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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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2018년 김고은 박정민 주연의 영화 ‘변산’에서 “내 고향은 폐항 / 내 고향은 가난해서 / 보여줄 것은 노을밖에 없네” 이 영화에 나오는 김고은의 시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게 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냈고 살아가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고향에 대한 안부를 물을 여유조차 없더라도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있는 고향, 그 속의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음을 노을을 통해 느꼈을 것이다. 원주도 남한강변 흥원창에 가면 전국 어디에서도 보지 못할 호박색 노을을 볼 수 있다. 바로 마음의 고향인 셈이다. 

아파트와 아스팔트 숲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도시민들에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고향사랑기부제도’가 2023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 법령이 제안된 것은 18대 국회였으나 21대 국회인 지난해 9월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주민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자치단체는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 지자체는 해당 기부금을 주민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이 법의 주요요지는 기부액은 연간 500만 원으로 제한되며, 기부액 10만 원까지는 전액 100%,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를 세액 공제해준다. 답례품의 경우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지자체 관할 구역 안에서 생산·제조된 물품이나 통용되는 유가증권인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제공할 수 있는데, 다만 현금·귀금속류·일반적 유가증권 등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제외된다.
 
법안은 또 기부의 강요를 금지하는 내용도 명시했다. 지자체와 업무·고용 등의 관계에 있는 자는 기부 또는 모금을 할 수 없고 향우회나 동창회를 활용한 모금도 제한했다. 만약 타인에게 기부·모금을 강요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법 위반 시 지자체의 모금·접수를 1년 이내 기간 동안 제한하고 위반사실을 공표하도록 했다. 정부의 교부금에 의존하는 지자체에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도록 해 지역소멸 위험에 빠진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이다.  

통계에 의하면 강원도에서 태어나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도민의 숫자가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애틋한 고향 강원의 디아스포라인 셈이다. 2010년부터 지난 10년간 강원도의 청년인구 순유출은 5만 명에 이르고 출산율은 이미 1.0이하로 떨어져 강원도의 지역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 시기에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도 2008년 도입초기에는 큰 효과를 얻지 못했지만 지금은 첫해보다 82배나 증가해 우리 돈으로 7조원에 이른다. 2011년 동북대지진으로 인해 기부금은 빠르게 증가했고, 2014년 지방소멸 보고서가 나오면서 고향기부금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원주는 도농복합도시로 치악산과 백운산 자락 그리고 섬강과 남한강을 중심으로 농촌고향의 풍경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도 생산되고 있어 고향사랑기부제도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일 년 정도 충분한 준비를 통해 선제적으로 2023년의 고향사랑기부제도 원년의 도입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우선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해 몇 가지 도입 준비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 원주를 고향으로 하고 있는 출향인사들을 파악하고 원주를 응원하는 잠재적 인사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어떠한 농산물이나 지역특산품 등의 답례품을 줄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셋째, 고향사랑기부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답례품으로 농산물이나 특산품 외에 간현 소금산그랜드밸리나 금대리에 조성되는 관광지 입장료를 제공하는 방안도 연구가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도입은 복지와 청소년, 문화예술 분야에 쓰이게 되고 답례품과 관련해 지역소득증대와 일자리창출로 이어지지만 종래에는 원주의 가장 큰 팬덤을 만들고 원주로의 인구유입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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