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코로나19, 우리 생활에 독인가 약인가?
[세상의 자막들] 코로나19, 우리 생활에 독인가 약인가?
  • 임영석
  • 승인 2022.02.20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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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벌써 코로나19가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이 되어 2년을 넘기고도 그 탈출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변이에 변이를 더해 전파력이 강한 변종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당장이야 이 코로나19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무너트리고 혼동을 주기 때문에 독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세상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작든 크든 사람이 입원하면 병문안을 의례적으로 가야 했고, 각종 행사에 참석해 눈도장이라는 것을 찍어야 했다. 보여주기식 관례 문화가 코로나19로 많이 사라진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뜻도 모르게 남발되는 각종 행사나 축제들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어 왔다. 뒤집어보면 없는 행사를 만들어 혈세를 써왔다는 얘기다. 

나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코로나19는 독이 아니라 재창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라는 숙제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공연이나 축제는 특정한 장소에 국한되어 참가한 사람에게만 수요의 폭을 맞추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공연이나 축제는 객석에 앉아 듣고 보는 문화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를 주었다고 본다. 

문학을 제외하고 다른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전시나 공연을 할 수 없어 충격이라는 말을 할 만큼 문화생활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오랜 시간 전통적으로 내려온 관습의 틀이 깨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타파하려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본다면 답은 의외로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벽에 꼭 그림을 걸어 놓아야 전시회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카르텔(집단) 문화에 익숙한 관객의 시선을 더 폭넓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나서 여행을 멈추었기 때문에 폭넓은 세상의 모습을 경험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지만, 과거의 모든 문화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멸해 왔다. 이를 보면 코로나19가 우리 생활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회여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거대한 공룡이 이 지구상에 왜 사라져야 했는가를 생각하면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지 않으면 세상으로부터 소멸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의 문화를 보더라도 고립의 위치에서 더 빛나는 예술 작품이 나왔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를 가서 그렸다는 「세한도(歲寒圖)」, 정약용이 강진에서 11년간 유배 생활을 하며 쓴 「목민심서(牧民心書)」,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독일인의 눈을 피해 쓴 「안네의 일기」 등은 모두 세상과 고립된 시간을 뛰어넘기 위해 담아놓은 예술 작품들이다. 코로나19도 지금 어느 예술가에게는 그러한 기회의 시간을 되찾아 주고 빛나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주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요, 세계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아리랑」도 어떻게 보면 한 많은 우리들 역사의 시간을 녹여낸 작품이다. 누가 썼는지, 누가 이 곡을 만들었는지 알려지지 않지만, 입으로, 입으로, 구전되어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아리랑이다. 즐거울 때도 부르고 슬플 때도 부르는 노래다. 이렇게 구전되는 아리랑만 놓고 보면 수천 가지가 된다.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어랑타령 등등 수없이 많다. 이 노래들이 우리 삶의 고립을 풀어내고자 불렀고, 우리 역사의 애환을 녹여내고자 흥얼거렸던 것들이 민족적인 노래가 되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 경기도 민요 〈아리랑〉 전문

나는 우리 생활문화 속에서 코로나19는 잘못된 삶의 질을 개선하고, 위생과 주거 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고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는 지금 독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그것을 대처하는 방식과 방안들이 우리 생활의 약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비단 오늘, 우리가 겪는 고통이 크고 아프고 힘든 시간임에는 분명하다. 그 아픔이 반면교사로 작용하여 우리들의 생활문화를 개선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개인위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관리의 방식을 철저하게 배우게 만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는 진행형이지만, 아픔을 주고 있지만, 우리들 삶의 아리랑을 우리들 가슴속에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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