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삼일독립선언서를 다시 읽으며
[세상의 자막들] 삼일독립선언서를 다시 읽으며
  • 임영석
  • 승인 2022.03.06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독립선언서는 2만 1,000장이 인쇄되어 전국적으로 배포되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 앞에서 1919년 3월 1일 2시에 민족대표들이 모여서 한용운이 낭독을 하였고,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조선 독립을 궐기하는 선언문이다. 최남선이 초안을 작성했고, 민족대표 손병희 등 33인의 동의를 얻어 2월 27일 천도교에서 경영하는 보성인쇄소에서 인쇄되어 전국 각지에 배포되었다. 조선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와 민족 발전의 광명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독립선언서가 낭독되고 배포된 지 103년이 지나갔건만 아직도 우리는 우리의 자주적 주권이 우리에게 있는가? 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외세의 힘을 업어 자위자득(自衛自得)하고, 우리의 주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 땅에 평화와 자유를 추구함이 기본이건만,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불안을 야기하는 세력들이 있다. 왜 우리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고 휴전한 뒤 70년 가까이 되어가는 데도 종전선언을 이끌어내지 못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대한민국의 국토와 국민의 권한이 100년이 넘게 남과 북으로 분리되고 남북이 각자의 통치 권한을 통해 유지됐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는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갈등을 부추겨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하기보다는 권력을 탐하는 방패로 삼고 있다. 삼일독립선언의 정신은 우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을 위한 자주 주권의 회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작 태극기가 휘날려야 할 때 태극기를 휘날리지 않고, 정략적인 상징으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 애국의 바탕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헌법은 분명하게 3·1운동과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정신의 뿌리삼고 있다. 평화를 부르짖고 남과 북의 평화체계를 구축하는 데 모든 사람이 노력을 해야 한다. 2022년 604조 원의 전체 예산에서 국방 예산이 9%가 넘는 55조 2,000억 원이 책정된 것도 국가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국력이 강하다 해도 정신이 나약하고 나태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 삼일독립선언의 정신은 바로 우리가 자주 주권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한 역사다. 우리 땅에서 전쟁이 나면 이리떼처럼 이권을 행하고자 주변국이 달려들게 돼 있다. 우리가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것도 바로 6·25 전쟁에 깊이 관여된 열대 강국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민족의 재도약을 위한 민족정신의 발판을 새롭게 다지는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평화와 자유가 영원히 안착하도록 하는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제2의 삼일독립선언을 해야 할 때다. 분열되고 산산이 조각난 국민의 정신을 치유하고 봉합할 근간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전의 아픔을 되풀이할 것이다. 지역과 세대와 남과 여, 그리고 냄비근성만 가득한 세상에서 무엇이 진정한 우리 민족의 자주 주권을 지킬 수 있는지 삼일독립선언의 정신을 뒤돌아보아야 할 때다. 전쟁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파괴한다. 그러나 파괴된 아픔을 회복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려야 회복된다. 싸움을 입에 담는 순간 그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독립선언이 필요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