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 신인에게는 서글픈 선거법
[기고] 정치 신인에게는 서글픈 선거법
  • 전찬성
  • 승인 2022.02.27 2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찬성 [송기헌 국회의원 비서관]
△전찬성 [전 국회의원 비서관]

올해는 3개월 사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역대급 선거의 해입니다. 횟수로 3년째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가운데 선거 운동에 나선 출마예정자들의 발걸음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재선을 위한 행보에 나선 일부 현역의원들은 갑자기 지역단체에 메시지를 던지거나, 재선이 안 되면 지역민들이 손해를 볼 것 같은 사업을 시작한다는 인상을 접하곤 합니다. 임기 4년간 없던 사무소를 개소하고 집기류도 없는 사무소 외부 벽면에 큼지막한 이름을 채운 현수막이 보란 듯 내걸린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를 지켜보는 정치신인의 입장에서는 서글프기 그지없습니다. 선거법상  본인의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을 선거일 전 180일부터 걸 수 없습니다. 현역의원들도 신인이었을 당시엔 이 같은 불합리함에 불만이 컸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입장이 달라진 작금의 행동은 ‘나도 맞고 컸으니 너희도 좀 맞아도 돼. 당연한 거야’라며 마치 현역의 높은 탑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벽을 쌓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치 신인들의 눈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맨발로 비싼 축구화를 신은 선수와의 경기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에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등교를 할 수 없고, 학교에 못 가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었던 불공정의 가스라이팅과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며 명확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고 봅니다. 

정치 신인들에게 유난히 가혹한 선거 구도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행사들은 대부분 취소되고 그나마 축소된 일부 행사는 현역 시·도의원과 귀빈만 참석한 가운데 최소인원의 행사로 진행됩니다. 동네 경로당도 방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인들은 자신의 정책도, 얼굴도, 이름도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이는 현역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역설적으로는 좋은 인재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요? 

지역에서는 ‘내가 최고’란 게 없습니다. 즉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볼 수 있죠. 인재는 많고, 자신보다 똑똑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다른 누구에게도 선출직의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선출직 임기 초부터 사무소 개소와 함께 지역의 현안 사업과 민원을 가까이서 듣고 시민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그리곤 임기 말 돌아오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시민들의 선택권과 정치 신인들을 고려해 사무소 간판을 내릴 수 있는, 그런 호인이 존재한다고 확신합니다. 불합리한 것을 보면 ‘나부터 고리를 끊어야지’하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지난 18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대선에 집중하자는 거대 양당의 내부 방침에 3월 9일 대선 이후로 늦춰졌습니다.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문제는 그 뒤의 일입니다. 대선이 끝나면 지방선거의 당내 경선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신인이 그 짧은 시간, 제한된 활동으로 경선에서 현역의원보다 많이 득표하기란 매우 불리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치 신인들에게 공천심사, 또는 경선 시 일시적 대선 특별 가산점 제도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선거기간에 돌입하면 기존의 현역들과 도전하는 신인들이 같은 스타트라인에서 이름과 정책을 공평하게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공정한 잣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은 지방의 소규모 시·군입니다. 뿌리가 건강해야 향기로운 꽃이 피고 우수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공정과 상식이 화두인 요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올 상반기 전체가 선거철인 만큼 우리의 생활을 위해 더욱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평평한 운동장에서 더 많은 정치신인들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치 개혁의 작은 시작점입니다. 게임의 룰은 바뀌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