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창간 8주년…반성문
[비로봉에서] 창간 8주년…반성문
  • 심규정
  • 승인 2022.03.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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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오늘로 원주신문이 창간 8돌을 맞았다. 봄 햇살을 만나 녹아내리는 눈, 메말랐던 가지와 거친 땅 위로 푸른 새싹이 살며시 돋을 즈음, 정직한 목격자는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세상에 나왔다.

겹겹의 어려움을 뚫고 지나온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온다. 언론의 과잉, 정보의 과잉 속에 속도전에 대비해야 하고, 가뜩이나 수익 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햇수로 3년째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 근근이 버텨왔다. 

혹자들은 “알량한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라고 했지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굽신굽신, 애걸복걸하며 건강한 자존심까지 내던질 순 없었다. 이 풍진 세상을 잘도 헤엄쳐 온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독자들이 제시하는 원주신문의 견적서는 얼마나 될까. 싸구려 상품? 그저 그런 상품? 볼 만한 상품? 이 견적서의 기준은 아마 이럴 게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울어대지 않았는지, 당파성에 따라 능수버들처럼 논조가 춤추지 않았는지, 알쏭달쏭하지 않았는지, 공적저널리즘보다 사적저널리즘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소신 없는 맞장구로 ‘엔터키 언론’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깊이 헤아려 본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아마 호평과 혹심한 악평이 교차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찌 두루두루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배운 대로, 살아온 대로 올곧게 헤쳐나가면 된다. 거짓과 불의와 몰상식에 강 건너 불 보듯, 말달리며 산보하듯 구경할 순 없는 노릇이다.

신문들은 으레 역사성에 비춰 어떤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즈니스의 바이블」, 영국의 대중지 ‘미러’는 「영국의 심장」, 원주신문을 세계 유수의 신문과 함께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지만, 상향된 목표를 뒤쫒다보면 그만큼 발전할수 있지 않을까.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꼼꼼한 분석 끝에 바둑판에 하나하나 돌을 놓듯 해 나갈 것이다.

모름지기 언론이 당당해지려면 철저하게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원칙이 깨지면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핍진한 보도, 영혼이 새록새록 숨 쉬는, 그리고 거침없고 솔직한 원주신문만의 문체가 지문처럼 찍혀 있는 그런 모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미국 닉슨 대통령의 치부, 이른바 워싱턴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워싱턴포스트에 제보해 대통령의 사임을 끌어낸 디프 스로트(deep throat,내부고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난 신문을 싫어해, 얕게 껍질만 핥으니깐”이라며 언론의 단선적인 보도 관행을 비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주신문의 심층성은 더욱 도드라질 것이다. ‘진실을 의심해야 진실에 다가간다’라는 말이 있듯 깊이 있는 분석과 비판을 통해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우공이 산을 옮기다’라는 고사처럼 끈기와 뚝심으로 담론의 지평을 넓혀갈 계획이다. 

사람으로 치면 8살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모든 게 호기심과 의심으로 뒤섞인 눈으로 매진해 나갈 것이다. 봄 기운이 서서히 공기를 감싸고 있다. 저 멀리 우뚝 솟은 치악산 비로봉이 오늘따라 손에 잡힐 듯 더욱 가까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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