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예술에게 한 표
[기고]예술에게 한 표
  • 이주은
  • 승인 2022.03.13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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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오늘은 퀴즈로 글을 열어보겠습니다. 다음의 빈칸에 들어갈 공통 단어는 무엇일까요?
1. ◯◯은 창조성, 선함, 아름다움을 키워주는 인간성의 원천이다.
2. ◯◯교육은 학업 성적을 향상시킨다.
3. ◯◯은 매년 1,660억 달러의 경제 유발 효과와 570만 개의 일자리, 300억 달러의 세수 효과가 있다.
4. ◯◯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5. ◯◯은 외국 관광객 증가에 기여한다.
6. ◯◯로 파생된 산업은 수출을 통해 연간 410억 달러의 흑자를 창출한다.
7. ◯◯은 21세기형 인력을 제공한다.
8. 미국 내 50%의 의료 기관은 ◯◯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9. ◯◯활동은 커뮤니티 결속에 기여한다.
10. ◯◯은 창조산업의 엔진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으로 배달 온 선거공보 자료 살펴보았나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저는 예술과 예술인 복지정책을 말하는 대통령 후보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공보 자료를 살펴보니 기본소득, 국민통합, 경제 부흥, 부동산 정책 개혁, 좋은 일자리 창출, 안보, 통일, 복지(반려동물 복지 포함) 등 정책이 실현되면 내일이라도 세계 1등 국가가 될 좋은 정책들이 들어있습니다. 14개의 자료 중 예술인 복지정책 관련 핵심과제가 없는 아쉬움 속에서 오직 한 후보만 예술인 노동권 보장을 얘기합니다. 혹시 몰라 소속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봅니다. 그저 노동권만 보장하겠다는 문구만 있네요. 어디서 일하고, 어떻게 일하고, 얼마나 돈을 벌게 해줄지, 복지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지 안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예술인 포함) 전 국민에게 월 150만 원씩 준다는 후보에 매우 끌렸습니다만, 양적완화 4,000조로 재원확보 하겠다는 정책 때문에 패스하겠습니다. 짐바브웨 될 일은 없어야지요.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후기 낭만파들이 말한 L'art pour l'art (예술을 위한 예술·예술지상주의)란 의미가 있고, 인생파가 주창한 삶을 위한 예술 (L'art pour la vie) 즉 예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인간의 도덕적 선도, 품성의 도야, 사회 개량을 위한 것이며 전체적으로 인생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예술지상주의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문예사상이 있습니다. 예술은 이렇듯 많을 일을 해야 하고 실제로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용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습니다. 또 예술가는 자식이나 분신 같은 작품을 팔지 않는 이상 순수 예술가로서 돈 벌 방도가 없어요. 그리고 속된 말이지만 잘 팔리는 예술가가 흔한가요? 

그리고 왜, 사회적 울타리라고 하죠. 복지제도. 2018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강화된 예술인 복지제도가 있었습니다. 보험금 환급해주고(예술인고용보험제도(2019)) 창작금 지원해주는 제도예요. 각 지역 문화 재단에서도 연 수 십 명씩 신청을 받아 심사를 하여 전시 등의 선별 지원을 해줍니다. 심사위원의 구성, 지역 작가 인지도, 때로 기획 트렌드에 따라 지원 못 받는 예술인은 지원받는 예술인보다 많아요. 앞에서 말한 인간의 도덕적 선도, 품성의 도야, 사회개량 등 사람의 일생 전반에 기여하는 예술인데 재화로 측정이 즉각적으로 안 되니 예술가는 언제나 힘이 듭니다. 보험료 환급, 창작금 지원으로는 예술인의 기본 생계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나으니 감사하면서 받겠지요. 

세계문예대사전의 ‘예술의 일반론적인 정의’는 ‘독자적 인격체인 예술가가 천부적 재능을 통해 직관적 창조적으로 파악한 미적 가치를, 그것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형식을 통해 익숙한 기능으로 형상화하는 생산활동이나 그 성과’를 말하네요. 이렇게 예술도 생산활동으로 명명되어 있는데 유통이 안 되니 그것도 문제네요. 우리나라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재)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이 예술가를 다각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어 반길 일이지만 모르는 예술가도 있죠. 모든 예술가들이 저와 같이 사무원 탈을 쓴 가짜 예술가처럼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진 않으니까요.

독자분들께서 첫 부분의 문제를 다 푸셨겠지만 글 서두의 퀴즈의 정답은 ‘예술’입니다. 글의 내용은 Americans for the Arts (미국 예총) 에서 제시한 예술을 후원해야 할 10가지 이유였습니다. 예술이 왜 필요한지 되묻는 분들께 전달하고 싶은 말, 예술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 같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예술교육과 병행 시 SAT 점수는 100점 이상 향상되었고, 의료기관에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경우 입원 기간의 단축, 통증 완화, 약물 투여 감소 효과가 있었으며 예술이 창조산업이라 한 이유는 예술 분야 330만 명 고용이라는 실질적 수치로 말해주는 것입니다.

기사가 나기 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결과가 나왔겠지만 저는 예술에게 한 표 행사하고 싶습니다. 기호 15번 예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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