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61) 인상주의 음악① 인상주의란 무엇인가?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61) 인상주의 음악① 인상주의란 무엇인가?
  • 최왕국
  • 승인 2022.03.1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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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인상(impression)주의라는 명칭의 유래 >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음악 사조는 미술, 건축 등 다른 예술들보다 한 발짝 늦게 시작하며, 인상주의도 마찬가지다.

인상주의는 미술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마네(Edouard Manet 1832-1883)’, ‘드가(Edgar Degas 1834-1917)’, ‘세잔(Paul Cezanne 1839-1906)’ ‘모네(Claude Monet 1840-1926)’, ‘르노와르 (P.A.Renoir 1841-1919)’ 등 19세기 말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 양식을 지칭한다. 고갱과 고흐도 함께 거론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보통 ‘탈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인상주의’라는 말은 평론가 ‘르로이(Louis Leroy)’가 처음 사용했는데, 마치 ‘바로크(일그러진 진주)’라는 용어가 평론가들의 비아냥거리는 표현에서 유래했던 것처럼, ‘인상주의’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에서 언급됐다. 

사건의 발단은 1877년 프랑스 화가협회 회원들이 개최한 공동전에서 비롯된다. 이때 전시된 작품들 중 ‘모네’의 작품인 ‘해돋이의 인상(Impression; Soleil levant)’에 대한 비평을 쓰던 평론가 ‘르로이’가 이 그림의 제목을 가지고 전체 작품들을 싸잡아 빈정거리는 과정에서 “인상주의자”라는 말을 썼던 것이 최초로 ‘인상주의’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모네’를 비롯하여, 공동전에 참여했던 ‘르노와르’, ‘드가’ 등의 화가들은 오히려 “그래, 맞아 우리는 인상주의자야”라고 쿨하게 인정하며 도전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인상주의’라는 용어는 19세기 말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 양식을 대변하는 용어로 자리를 잡게 된다.


< 인상주의 미술 양식의 특징 >

음악 칼럼이지만 오늘은 미술 양식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는데, 그것은 인상주의 미술과 인상주의 음악의 관련성 때문이다.

인상주의 미술의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어떤 한순간에 느낀 시각적인 인상을 특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강렬한 색채와 빛의 대비’가 회화적 기법으로 사용되었다. 

찰나의 시각적인 경험과 감각을 재빠르게 그리다보니 그림 자체가 다소 거칠게 묘사될 수밖에 없다는 특징과 함께 입체감이 없고,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섬세함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원래 대상이 가지고 있는 색채도 약간은 변형될 수 있었다. 


< 인상주의 작곡가들 >

인상주의 작곡가로는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 ‘라벨(Maurice Joseph Ravel 1875-1937)’, ‘스크리아빈(A.Scriabin 1872-1915)’ 등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작곡가는 역시 드뷔시이다.

그런데 막상 드뷔시 자신은 ‘인상주의’라는 용어를 그다지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라도 자기가 인상주의 미술 작품들을 모방해 음악을 만들려 한다는 의심을 받게 될까 봐서였을까?

그러나 본인의 희망과는 달리, 프랑스 국립 예술학교의 교장이 드뷔시의 작품인 ‘봄(1887)’에 대해 평론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음색’과 ‘구조적인 틀이 부실한 것’ 등을 비판했는데, 바로 이러한 점들이 ‘모호한 인상주의’라는 평을 받은 것이다. 결국 음악도 미술과 마찬가지로 좋은 의미가 아닌 부정적인 의미의 명칭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드뷔시는 독일 전통에 기반한 ‘장엄하고 형식적인 음악’에서 벗어나 좀 더 가볍고 자유로운 프랑스적인 음악을 추구했으며, 민속 음악을 차용하던 당시의 유행을 따르지는 않았다. 

드뷔시는 어떠한 대상을 암시적이고 모호하게 표현했는데, 이것이 바로 인상주의 미술작품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등에서는 바람소리나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 등이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됐지만, 똑같이 자연을 표현하길 좋아했던 드뷔시의 작품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의 색채나 화성의 진행 방향 등이 모호하게 진행하는 것”

그가 일부러 인상주의 미술작품들의 표현 방식을 흉내낸 것은 아니지만, 의도했든 안했든 그렇게 흘러간 건 사실이다. 시대적인 배경이 같아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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