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지방선거, 인재지변(人災地變) 고민해야
[비로봉에서] 지방선거, 인재지변(人災地變) 고민해야
  • 심규정
  • 승인 2022.03.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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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시민들이 잠시나마 ‘갑’의 역할을 하는 선거의 계절이다. ‘을’인 후보자들은 시민의 선택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판가름 난다. 따지고 보면 계약직인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일각이 여삼추 격으로 초조하다. 조심은 다다익선이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자신을 극도로 낮춘다. 당선되면 갑의 위치에다 두툼한 의정비 까지. 이만한 구직 통로가 또 어디 있을까. 낙선하면 졸지에 실업자가 되거나 본업으로 돌아간다. 통증 언어로 표현하면 선거는 정치 백수 처리장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 같다. 

갈등과 적대가 응축된 대통령 선거 결과로 정치 지형도가 여소야대로 뒤바뀌었다. 권력자는 그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일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봄날의 아지랑이와도 같은 민심의 냉혹함, 그리고 바로미터를 읽을 수 있었다. 풀뿌리 정치의 메인 이벤트인 6.1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출마예상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패기만만한 젊은 층의 도전세가 예사롭지 않다. 100세 시대를 증명이라도 하듯 노년층의 기세도 가히 볼 만하다. 

물론 여야의 경선 과정을 통해 옥석이 가려지겠지만, 바야흐로 인재풍년시대를 예고하는 듯하다. 시민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대통령 선거 결과처럼 지방 권력도 과연 교체될지, 또 배지를 달 정치인들의 노장청 조화는 어떻게 이뤄질지. 아무튼 공천과정에서 여야의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정치인의 색조는 이렇다. 너무 똑똑한 척해서는 안 된다. 혼자 잘 난 체하는 경직된 사고의 소유자로 비치니까. 정치인의 필수 요건인 관용과 겸손, 포용력이 필요하다. 또 소신이 너무 강하면 안 된다. 아집과 자기 과신으로 꽉 찬 독불장군처럼 비치니까. 이게 심화하면 트러블 메이커로 오인받을 수 있다. 꿀벌이 묵묵히 벌집을 짓는 것처럼 묵묵한 실천이 백 마디의 소신을 상쇄시켜주는 법이다. 

공부, 연구를 등한시하는 정치인은 안 된다. 깊이도 없이 잘 모르면서 떠들면 지적 허세로 비치니까. 자신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호모아카데미쿠스(학습하는 인간)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화려한 말 잔치의 명수는 안 된다. 립서비스로 끝나면 약속 따라 행동 따로인 것으로 비치니까. 독일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말은 그저 음성일 뿐이다. 지사적 발언이 입에 배어 있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위임받고 대신하는 천근만근의 책임감이 뒤따르는 게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심각한 절멸 위기에 처한 멸종위기종인 사향노루는 배꼽 주변에 있는 향낭(香囊) ‘사향’이 고급 약재와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그 향기가 자신의 몸에서 나는 것을 모르고 향기를 따라 이리저리 다닌다고 한다. 인품은 외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면의 무게에서 나온다. 기품이 서려 있는 정치인은 사향노루처럼 잔향이 오래 남는 법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완벽한 선택은 아니더라도 실패한 선택은 안 된다. 지금 마음의 눈에 꾀바른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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