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뷔시의 생애와 음악 >

지난 칼럼에서 잠깐 소개했던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Claude-Achille Debussy, 1862-1918)’는 현대음악의 문을 열어젖힌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달빛’, ‘아라베스크’ 등 몽상적이고 신비로운 음악으로 클래식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인물이다.

드뷔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음악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갖기 힘들었다. 그의 가족들은 음악을 매우 사랑했으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던 그는 8살 때 고모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다. 

드뷔시가 10살이 되던 해, 그의 뛰어난 재능을 발견한 귀부인의 후원으로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출중한 천재성을 보인 그였지만 정작 그를 가르치던 선생들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음악적으로는 분명히 천재성을 가진 것 같은데, 그가 작곡한 곡들을 보면 너무나도 황당하고 엉뚱했기 때문이었다. 

좋은 말로 하면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작곡 기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터무니없는 표현이었다. 기존의 낭만파 작곡가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던 기괴한 화성 진행, 독특한 음계와 리듬, 과장된 음색의 표현… 드뷔시는 기존의 구조적인 형식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기존의 작곡 기법이 음악의 감정 표현을 방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각종 콩클에 나가서 번번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곤 했다. 

필자 같으면 한두 번 해 봐서 안 되면 포기하는 편인데, 드뷔시는 끊임없는 도전을 시도한다. 아마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 때문이었으리라. ‘비록 내 음악이 지금은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지만 심사위원들은 내 작품의 가치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했을까?

결국 그는 ‘새롭고 자유분방한 표현기법’이라는 고집을 살짝 꺾고 좀 더 평범하고 전통적인 작곡 기법을 사용한 곡을 써서 3번의 도전 끝에 로마대상 콩클에서 영예의 “대상”을 거머쥐고 4년 장학생으로 로마에 유학을 가게 된다. 그러나 이태리의 음악 양식이 맘에 들지 않아 방황하게 되며, 당시 독일 음악계의 핫이슈(Hot issue)였던 바그너(R.Wagner, 1813-1883)의 작곡 양식을 공부해 보았지만 그것도 그의 맘에는 들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드뷔시의 갈 길은 ‘내 방식대로의 표현’이었고, 자신의 개성을 살린 두 곡을 연달아 쓰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불후의 명곡인 관현악곡 ‘목신의 오후(1894)’와 오페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1895)’이며, 이 두 곡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하지만 드뷔시는 그의 음악처럼 자유로운 영혼이었기 때문에, 과도한 여성 편력으로 문제를 빚었다. 위의 두 곡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엄청난 돈과 명예와 인기가 드뷔시에게 찾아왔고, 드뷔시의 낭비벽과 여성 편력은 더욱 심해졌다. 

< 드뷔시 음악의 특징 > 

드뷔시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기존의 틀을 깨는 음악’이며, 크게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인상주의적 특징

드뷔시 자신은 부정했지만, 그의 음악은 인상주의 미술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사물을 표현할 때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모호한 표현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모네의 그림 ‘파라솔을 든 여인(1875)’이나 ‘양귀비 들판(1873)’을 보면 배경을 이루는 화초나 구름은 물론,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드뷔시의 음악도 ‘워드 페인팅’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낭만주의 음악의 섬세한 표현기법과는 달리, 사물이나 풍경의 순간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화음의 색채나 리듬도 마찬가지…

오늘 감상하실 곡은 드뷔시의 ‘달빛’이다. 듣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성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특히 1분 12초부터 나오는 음형은 마치 얼어붙은 강물 위를 고고히 비추는 달빛을 연상시킨다. 

https://youtu.be/97_VJve7UVc (드뷔시 달빛)

최왕국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