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책의도시 원주로의 비상을 기대하며
[문화칼럼] 책의도시 원주로의 비상을 기대하며
  • 전영철
  • 승인 2022.03.27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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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2022년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도시 원주에서 지난 24일 책의도시 선포식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원주시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동주관하는 독서대전은 그동안 독서문화진흥 활동을 열심히 해 온 도시를 공모해 한 해 동안 독서문화진흥을 위해 개최지역과 국민이 공유하고자 하는 행사이다. 본 축제는 9월 하순에 3일간 열리지만 독서 관련 다양한 활동이 일 년 내내 원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14년 군포를 시작으로 인천, 강릉, 전주, 김해, 청주, 제주, 부산 북구가 개최도시의 역할을 번갈아 맡아 왔다. 원주는 지난 2019년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승인과 법정문화도시 지정의 성과를 가져왔고 이번 독서대전 개최는 실질적인 도시에서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2020년 처음 원주가 독서대전을 유치하려 제안서를 제출할 때도 문학과 독서에 대한 원주의 진정성을 높게 샀으나 아쉬워했다. 부산 북구가 나름대로 광역시 내 기초 구로서 제주와의 경합에서 실패하고 착실히 준비해 온 데 대한 보상이 컸다. 원주 역시 지난 일 년간 꾸준히 준비하여 2022년 독서대전 유치도시로 지정되었고 이 행사의 개최를 계기로 지역의 독서문화에 많은 진화가 예상된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책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많이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전자책으로 많은 부분이 이동했지만 최근 몇 년간 시집의 판매량 증가는 놀랍기도 하다. 또한, 소장 가치가 충분한 그림책도 한국적인 정서와 일러스트가 만나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와 ‘여름이 온다’를 바탕으로 한 안데르센 수상이나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 ‘연이와 버들도령’을 바탕으로 린드그렌 상을 통해 한국 그림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개브리얼 제빈 (Gabrielle Zevin)은 그의 소설 ‘섬에 있는 서점’에서 주인공 피크리를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팬데믹 시대 우리가 서점과 도서관에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과 또 지금 세계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점과 도서관은 그렇게 섬처럼 외따로 떨어진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2018년 가을 개봉한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도서관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도서관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식과 철학을 평등하게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출연자는 말하고 있다.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핫 스팟을 대여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디지털 통합은 질적인 면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을 위해 점자와 음성도서관을 제공하고, 휠체어를 탄 직원이 일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공부했던 지식인들은 같은 공간에서 강연하며 지식을 재전파하며 도시에서 지식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논어의 위정 제15장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學而不思 則罔(학이불사 즉망), 思而不學 則殆(사이불학 즉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배움의 자세에 대한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수많은 도시 중에서 일 년 내내 책과 독서의 즐거움에 빠지는 감동을 줄 독서대전은 원주에게 진정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행사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문학의 확장과 도서관의 확장이 시도되고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문학은 언어예술로 언어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다른 예술과 구별되고, 예술이라는 점에서는 언어활동의 다른 영역과 차이점이 있다. 또 많은 장소는 문학의 무대가 되기도 하고 작가의 작품의 산실이 되기도 한다. 200년 전 원주에서 꿈 많았던 성장기를 보냈던 김금원은 열네 살 때 금강산을 갔다 오고 나서 훗날 기행문인 호동서락기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지나간 일도 스쳐 지나가면 눈 깜짝할 사이의 꿈에 불과하다. 글로 전하지 않으면 누가 지금의 금원을 알겠는가… 읊은 시들도 흩어져 잃어버릴까 봐 역시 간략하게 기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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