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남한강에는 문화가 흐른다
[문화칼럼] 남한강에는 문화가 흐른다
  • 전영철
  • 승인 2022.04.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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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민선 8기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생활권으로 세분하여 행정과 생활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입지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원주문화재단은 1년의 준비기간과 3월 예비운영을 거쳐 4월부터 남한강문화나비를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생활권문화정보망 사업이 있었고 2년 차 사업으로 원주와 횡성이 공모지원사업에 선정하여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 카나비라는 사업이 있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고 4년 동안 존재하다 사라진 카나비에 대한 아쉬움은 원주와 횡성의 예술인, 문화관계자, 시민과 군민들 모두에게 아쉬움 그 자체였다. 

교통은 더욱 좋아졌고 소통 매체도 손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스마트시대와 디지털시대로의 진전이 더욱 빨라졌다. SNS의 발달은 누구라도 정보소비자에서 벗어나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주체로의 변화를 가능케했다. 조선 초기 김수온은 ‘신륵사기’에서 “여주는 국도의 상류지역에 있다”라고 표현하였는데 ‘나라의 길’이라는 뜻의 국도(國道)는 당시 충북 충주에서 한양에 이르는 한강의 뱃길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1930년대 신작로와 철도가 뚫리고 댐이 생기기 전까지 30t의 배가 다닐 정도였다 한다. 

아리랑의 구슬픈 노랫말을 잉태한 조양강의 정선, 태백산과 함백산에서 흘러내려 영월을 거치는 동안 동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월, 오대산에서 발원하여 오대천과 평창강이란 이름을 갖다 영월에 이르러서 서쪽에서 흐른다하여 서강이란 이름을 갖게 되는 평창강, 서강과 동강이 만나 남한강을 이루며 강원도를 벗어나 단양, 제천을 거쳐 충주를 지나 다시 원주를 지나 여강의 여주, 버드나무 뿌리가 강가에 그득하였다 하니 지명조차 양근(楊根)이었다는 양평, 그리고 북한강과 만난 두물머리에서 한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기까지 남한강은 한반도의 심장을 관통하는 강원과 충북, 경기도를 흐르는 강이다. “어디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라는 시인의 말처럼 강은 문화와 수많은 사연과 물자를 실어 날랐다. 

치악산 금대리에서 흘러내린 원주천이 옛날 옥로소주를 빚을 정도로 맑고 맛있는 물이었다 한데 섬강을 만나 문막, 부론을 지나 흥원창에서 남한강을 만나지만 남한강이란 이름을 그대로 간직하였다. 장구한 강줄기를 가진 정선, 평창, 영월, 제천, 충주, 원주, 여주, 양평, 횡성 등 3개 도에 걸친 9개 시군이 남한강문화나비라는 문화협력정보망을 구축하고 이를 지역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웹과 스마트폰 앱으로 작동하고 작년 4월부터 연구와 개발과정을 거쳐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생활권중심의 문화정보가 더욱 필요한 시대, 손위 스마트폰에서 마음대로 9개 시군을 오가며 문화향유의 양적, 질적, 공간적 확장을 통해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또 생생한 문화정보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면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다른 지자체 간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새로운 모델을 기대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남한강 강상문화가 다시금 르네상스처럼 되살아날 것이다.

사업대상지가 남한강권역 광역지자체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와 발상인 만큼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도 많다. 우선 기초지자체 문화예술부문 행정, 문화재단이 중심을 잡고 가지만 지역 문화예술단체, 문화기관 등과 MOU를 체결하여 정보의 공유가 왜 중요하고 이런 정보망을 통해 실천과 향유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원봉사나 공공기관의 인턴행정지원을 받아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인력지원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필요성은 느끼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거점문화도시로서의 역할과 남한강 생활문화권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원주의 좋은 생각과 역할을 개척해가는 원주문화재단과 원주시 문화행정 그리고 8개 광역지자체를 넘나드는 남한강 문화권의 타 기초지자체 문화행정 관계자와 문화재단 그리고 예술인들과 문화관계자들의 건투를 빈다. 지금까지 남한강의 물줄기는 한민족의 한의 정서를 안고 슬프게 흘렀다면 이제 문화의 시대, 한민족의 시대 지역문화의 풍요로움을 안고 흐르길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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