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공천 파동 실망스럽다
[비로봉에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공천 파동 실망스럽다
  • 심규정
  • 승인 2022.04.15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6.1지방선거 강원도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후보로 추천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던 김진태 후보는 “이게 공정, 상식이냐”라며 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18일 재심에 나설 예정이다. 당 공관위의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적어 보여 황상무 후보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속으로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황 전 앵커는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에게 두 배 이상 차이로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힘 한 지방의원은 “예상 밖의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황 전 앵커를 잘 모른다. 그러니 그가 발표한 공약을 보고 그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준비가 덜 된 후보로 보였다. 원주 지역 공약을 구체적으로 보자. 옛 종축장 부지에 복합공연장인 도립예술의 전당을 건립하겠다거나, 캠프롱에 특화공원을 조성하겠다거나 소금산 그랜드밸리 스마트 관광단지(200만㎡)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새로울 게 없는 빛바랜 청사진이다. 

옛 종축장 부지 개발 사업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강원도와 원주시가 복합문화시설로 추진해 왔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옛 미군기지 캠프롱 특화공원 조성도 그렇다. 생명·의료기기 전문과학관인 강원권 국립과학관 유치가 확정된 데다 여기에 시립미술관, 수영장,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미 상당 부분 인허가 절차가 진행됐다. 

소금산 그랜드밸리 스마트관광지 조성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원창묵 전 원주시장이 추진해오던 사업의 데자뷔 같다. 이미 1,000억 여원을 투입해 다양한 관광콘텐츠가 가시화된지 오래다. 또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해 물 건너간 호저면·지정면 일대 글로벌테마파크(800만㎡)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혹자는 앞으로 공약을 가다듬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앵커 출신이라 이미지 정치만 능했지, 콘텐츠는 볼 게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마치 흑백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철 지난 대중가요 가사처럼 들렸다. “공약이 어설프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관위가 제시한 김진태 후보의 부적격 사유, 이를테면 세월호, 5·18발언도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부적절한 발언은 맞지만, 그런 발언이 과연 지방선거 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황상무 후보 단수 추천을 위한 상대후보에 대한 궁색한 컷오프 배경 설명이다. 당에 대한 기여도, 정치력, 행정력 어느 것 하나 비교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한 당원은 “여론조사 경선을 해봤자 (황 후보가)뒤질 게 뻔하니 단수 추천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SNS에는 비난 글로 불이 났다. ‘민심만이 승리한다, 윤심은 없다가 정답이다’, ‘경선 배제의 이유가 너무 허접하다’, ‘김진태는 무소속 출마하라’라는 격한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원도민들의 눈높이 거리가 해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내심 쾌재를 부르는 모양새다. 윤석열 당선인의 측근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도내 정치 구도상 지방선거 분위기가 불리하지만, 검사 출신으로 이재명 검증 TF팀을 이끌었던 김진태 후보보다 황상무 후보가 상대하기 편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은근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의 항의성 투표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아무튼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 승리에 취해 벌써 지방선거 승리라는 파랑새가 문앞에 와있다는 오만과 자만에 빠진 것 같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라는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분위기다. 결국 윤핵관들의 농간이라는 의구심만 잔뜩 키워주는 셈이 됐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강원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여론조사 경선이 유일한 선택지다. 그러면 지금의 잡음은 일거에 사라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