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64) 인상주의 음악④ 클로드 드뷔시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64) 인상주의 음악④ 클로드 드뷔시 (下)
  • 최왕국
  • 승인 2022.04.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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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음악 해방론자 드뷔시 >

작곡뿐만 아니라 평론활동도 의욕적으로 했던 드뷔시는 평소 음악에 대한 그의 지론인 ‘음악 해방론’을 펼쳤다. 즉 지금까지 작곡가들이 교육받은 음악 이론들은 작곡가의 상상력을 펼치는데 지나친 제약을 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작곡가들에게 더욱 폭넓은 ‘창작의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화음에 있어서는 기존의 3화음이나 7화음을 뛰어넘어 9화음 11화음 13화음까지도 사용했다. 이러한 화성진행은 필연적으로 불협화음을 생성하게 되는데, 드뷔시는 그러한 불협화음을 해결하지 않고 넘어갔다. “각각의 화음은 음조직 안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하는 구성원”이라는 유럽 전통음악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개성 있고 독특한 음색을 가진 독립된 요소”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화성진행은 요즘 재즈 화성학에서는 흔하게 나오지만 당시로서는 전통적인 ‘기능화성학’의 이론을 벗어나는 혁명이었다.

음계와 리듬도 당시에는 즐겨 쓰지 않던 것들을 사용했는데, 드뷔시의 걸작 ‘목신의 오후’ 전주곡에서 쓰인 ‘온음음계(whole tone scale)’는 21세기인 지금 들어도 생소하게 들릴 정도다.

이렇듯 드뷔시는 이론의 ‘과잉’ 현상은 창작자는 물론,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대중들에게도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장애물이 되며, 지나치게 장식된 음악도 부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자연주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인간들은 자연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그것을 크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 길은 여기에 있다. 여기에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드뷔시가 탈피하고 싶었던 전통 중 또 하나는 당시 유럽 음악의 대세였던 ‘소나타 형식’이었는데, 그것은 그의 민족주의적인 성향과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드뷔시는 말년에 작곡한 ‘세 개의 소나타’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써 놓았다. “클로드 드뷔시, 프랑스 음악가” 

필자가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는 없지만, 지극히 독일스러운 ‘소나타 형식’은 프랑스 민족주의자였던 그에게 그리 달갑게 느껴지진 않았을 터…

그래서 그런지 드뷔시는 그의 작품 ‘세 개의 소나타’에서 ‘소나타 형식’을 벗어나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일찍이 베토벤도 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에서 실행한 바 있다.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의 차이점에 관해서는 본 칼럼 99회에 설명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드뷔시도 한때 독일 작곡가인 ‘바그너(R. Wagner)’의 음악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지만, 결국 바그너도 ‘새 시대의 첫 차’가 아닌 ‘구시대의 막차’라고 결론 지은 드뷔시…

바그너에 대한 드뷔시의 표현은 다음과 같다. “일출로 보이는 석양” 정말 대단한 표현력이다.

< 자연주의자, 자유로운 영혼 드뷔시 >

틀에 짜여진 음악을 거부하고, 자유롭고 대담한 음악 표현을 구사했던 드뷔시는 그의 음악만큼이나 자유분방한 연애를 했는데, 이러한 그의 행각은 그의 대표작인 관현악곡 ‘목신의 오후’와 오페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의 대성공으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파리 음악원 시절에는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32살엔 동거녀인 ‘가브리엘 뒤퐁(애칭 개비)’이 있는 상태에서 ‘테레즈’와 약혼을 한다. 결국 파혼으로 치닫게 되고, 훗날 11살 연하인 ‘로잘리’와 결혼을 하는데, 그녀는 옛 동거녀 개비의 친구였다고 한다. 

또한 드뷔시는 결혼한 상태에서도 아내에게 싫증을 느꼈는지 제자의 어머니인 ‘엠마’와도 염문을 뿌리는 등 수많은 여인들과 연애를 한다. 이렇게 양다리를 걸치던 드뷔시는 ‘엠마’와의 사이에서 딸 ‘클로드 엠마(애칭 슈슈)’를 낳았으며 결국 ‘로잘리’와 이혼하고 ‘엠마’와 결혼을 하게 된다.

이렇게 얻은 딸 슈슈를 위해 드뷔시는 ‘Children’s Corner’라는 피아노 모음곡을 작곡한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 등 어린이를 주제로 한 곡집들은 대부분 ‘어른의 눈으로 본 어린이’를 묘사하지만, 이 곡집은 인상파 작곡가답게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상상하여 그린 작품이다. 

불륜과 다양한 여성 편력이 윤리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그러한 자유로운 연애가 드뷔시의 창작활동에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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