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관광을 뛰어넘어 관계의 시대로
[문화칼럼] 관광을 뛰어넘어 관계의 시대로
  • 전영철
  • 승인 2022.04.24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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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정부의 방역 정책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면 해제로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변화된 부분과 정지된 부분이 교차하면서 지역의 활로를 모색하는 시도가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 3년 차, 지역소멸 위기는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하여 앞으로 다가올 지방선거의 새로운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화천산천어축제 3년 만에 개최라는 뉴스가 마치 강원도민의 자존심을 일깨우듯 전면에 나오는 현실이 한편 씁쓸하기도 하다.

그동안 지역마다 관광을 통한 지역개발에 큰 노력을 기울였으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경험하면서 관광보다 더 나은 지역개발 수단을 고민하게 되었고 발 빠르게 일본의 지역창생 모델에서 제기되었던 관계인구와 교류인구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2021년 보고서에 의하면 군 지역의 인구 비중은 1975년 25.1%에서 2015년 8.3%로 급감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대한 지역소멸기금을 마련하고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워케이션(workation) 지역을 전국 10개 지자체에 시범공모지원사업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목포, 서천, 남해에 이어 청년들이 찾아오는 지역을 화두로 고민하고 있으며 횡성도 얼마 전 이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관광에서 관계의 시대’로의 전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과거 관광이 관광객이 주체가 아닌 말 그대로 손님의 처지에서 일시적으로 머물렀다 가는 관계라면 관계인구의 개념은 좀 더 적극적으로 사는 지역에 자주 방문하고 지역의 일에 관여하는 수준을 높이는 관계이다. ‘관계인구’란 지역 이주자나 관광체류자가 아니라 지역과 관계를 맺고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구를 지칭한다. 

지역특산품을 주기적으로 구매한다든지, 지역 발전 기금을 낸다든지, 정기적인 방문, 지역 현지 자원봉사, 주말 거주 등으로 정주인구 외에 다른 지역 사람들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고향기부제 시행으로 지역의 이미지를 환대하는 큰 틀에서 고민했던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의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역에서 불과 50분, 남한강과 치악산이라는 국가의 보물을 안고 있는 지역, 농촌과 도시가 병존하는 공간, 전통시장이 그대로 살아있는 원도심이 있는 원주의 기회요인은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 또 하나의 변화는 한창 대한민국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다음 버전은 로컬디자인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지만, 지역의 종합적인 브랜딩과 콘텐츠를 통한 메시지의 발신, 농산물과 임산물의 가공과 유통 등등 복합적인 사고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살게 되었고 그동안 다양한 경로로 육성되었던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통합적인 시스템으로서의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창조도시(creative city)의 3대 필수요소로 지리학자 R. 플로리다는 3T로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의 개발과 집적, 도시에서의 소수자에 대한 관용(tolerance)을 이야기했으나 이제 지역소멸 시대에 대응한 워케이션 로컬에 대비해서는 새로운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괴짜가 필요하다. 이들은 지역을 그동안 관성에 사로잡혀 보지 않고 다르게 해석하며 지역 일상의 자원을 다르게 해석하여 편집해내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환대(hospitality)이다. 세 번째는 원격근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의 지원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통신환경은 세계 제1의 조건으로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코로나 시대 이후 지역들은 과거의 방식대로 대규모의 군집하는 축제나 관광개발에 또 목을 맬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이미 변했다. 그리고 코로나 시간 동안의 변화는 너무나도 놀라웠다. 이제는 다시 지역을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지역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재미있는 지역에는 재미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힘은 사람을 모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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