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
[세상의 자막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
  • 임영석
  • 승인 2022.05.01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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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세상에는 아름다운 보석이 참 많다. 그 보석을 소유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 보석들을 보면 아름다움은 물론 그 가치도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한 것들이 수없이 많다. 보석은 대체적으로 얼마나 비싸고 귀한 가로 그 가치를 따진다. 그러나 가치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석이 있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품고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다. 나는 몇 주 전 이 귀한 보석을 아들 부부에게서 받았다. 손녀를 선물 받고, 그 값을 할아버지란 이름으로 값을 지불했다.

세상의 보석이란 늘 내 마음속에서 빛나야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마음속에서 빛나지 않는 것은 보물이라 할 수 없다. 그러니 아무리 비싼 보물도 어둠 속에서는 빛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어둠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별빛처럼 빛나는 손녀를 선물 받고 보니 올해는 유독 마음이 행복하고 흡족하다. 손녀라는 선물을 받아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보석하면 다이아몬드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금, 은, 루비, 사파이어 등을 보석이라 칭하고 그 보석을 내 몸에 치장하여 아름다움을 뽐내는 데 사용한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귀하면 귀할수록 그 값이 더 비싸다. 그러니 보석은 명예와 부를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다. 때문에 도둑들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이는 것도 보석들이다. 작지만 그 가치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보석을 주제로 하여 다룬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보석이 지닌 가치만큼 많은 사람이 보석에 대한 흥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인 동시에 가족의 달이다.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지닌 달이다. 그런 달에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고, 부부의 날, 스승의 날까지 마음의 보석을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계절도 보석 같은 계절이고, 기념일도 보석 같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도 보석이고, 어버이도 보석이고, 부부도 보석이고, 스승도 보석이다. 내 마음속에는 항상 이런 보석들로 빛나고 있다.

그간 내 마음의 보석 상자에는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부모님과 스승님, 그리고 가족들이 빛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손녀라는 보석이 유성처럼 나타나 새로운 보석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다 보석이라고 말한다. 지나간 젊음도 보석이었고, 새로이 맞는 날도 보석 같은 날들이다. 그래서 그 아름다운 삶의 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고자 많은 예술가들이 시간이라는 보석에 눈독을 들여 예술 작품으로 보석을 발굴하고 있다. 내 마음속에 깃든 시 중에 홍윤숙 시인의 시 「장식론 1」을 보면 젊음이라는 장식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식인가를 느끼게 해준다.

여자가 / 장식을 하나씩 / 달아가는 것은 / 젊음을 하나씩 / 잃어가는 때문이다 // 씻은 무우 같다든가 / 뛰는 생선 같다든가 / (진부(陳腐)한 말이지만) / 그렇게 젊은 날은 / 젊음 하나만도 /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 때로 거리를 걷다 보면 / 쇼우윈도우에 비치는 / 내 초라한 모습에 / 사뭇 놀란다 // 어디에 / 그 빛나는 장식들을 / 잃고 왔을까 / 이 피에로 같은 생활의 일상들은 / 무엇일까 // 안개같은 피곤으로 / 문을 연다 /피하듯 숨어보는 / 거리의 꽃집 // 젊음은 거기에도 / 만발하여 있고 / 꽃은 그대로가 / 눈부신 장식이었다 // 꽃을 더듬는 / 내 흰 손이 / 물기 없이 마른 / 한장의 낙엽처럼 쓸쓸해져 // 돌아와 / 몰래 / 진보라 고운 /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 달래어 본다

홍윤숙 시 「장식론 1 」 전문

세상을 살아보니 젊음이란 시간만큼 아름다운 보석도 없다고 본다. 그 아름다운 보석들을 다 어디에 흘렸는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보석이 즐비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가족이다. 가정의 달인 만큼 그 귀한 보석들이 더 아름답게 빛나도록 내 마음의 보석 상자를 열어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야 할 시간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내게 새로운 보석, 손녀가 태어나 내 마음의 보석 상자가 더 빛나는 해다. 눈을 감아도 빛나고, 눈비가 와도 빛나고, 세상이 어떤 시련에도 항상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보석들이다. 그 소중한 마음의 보석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 보며 이보다 더 아름다운 보석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 많은 보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 삶의 값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고 본다. 모두 보석으로 빛나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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