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6.1지방선거...노인 멸시 이래선 안된다
[비로봉에서] 6.1지방선거...노인 멸시 이래선 안된다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2.05.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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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노화심리학 교수였던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 1916~2001)은 노인의 나이를 55세~75세까지는 ‘젊은 노인’(young old), 75세 이후는 ‘고령 노인’, 85세 이상을 ‘초고령 노인’으로 구분했다. 젊은 노인은 건강한 신중년으로 보면 된다. 일본에서는 젊은 노인을 ‘활동적 노년(Active Senior)’이라고 부른다. 남의 돌봄이 필요 없는 건강한 연장자라는 의미다. 

6.1지방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달으면서 나이와 관련된 황당퍼레이드를 자주 접한다. 국민의힘 원주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강후 후보를 둘러싼 논란부터 보자. 1953년생인 그는 70세(만 68세), 베이비붐세대(1955~1973년생)바로 앞 나이다. 그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자, SNS에서는 비난의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젠 그만 후배들에게 물려주시고 출마를 철회하라’라는 내용에서부터 ‘뒷방 늙은이’, ‘○○놈’이란 극혐의 표현까지. ‘뒷방 늙은이’란 표현은 재가 노인, 이른바 죽을 때만 기다리는 힘없는 노인을 일컫는다. 100살이 넘은 상노인도 아닌데, 이런 표현은 과해도 너무 과했다. 그는 “그런 말에 일절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가 이런 비아냥거리는 언어폭력에 시달려도 되는지 의문이다. 

사례는 또 있다. 여야가 지방의원들에 대한 공천심사과정에서 추천 배제의 기준을 나이, 선수로 따져 무 자르듯 싹둑 잘랐다는 지적이다. 대신 정치 신인들이 대거 ‘황금 로또’라 불리는 앞 순번을 받았다. 속사정이 있겠지만, 젊은 피 수혈 물론 좋다. 그러나 ‘연령차별’, ‘노인 멸시’라는 말이 요즘 자주 거론되는 것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수명 탈출 속도가 계속 늦어지면서 기대여명도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나라 전체가 빠르게 늙어 가고 있다. 2021년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1%에 달한다. 옛날 기준으로 노인 인구를 60세로 확대하면 31%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세를 중년으로 봐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꽤 설득력이 있다.

노인을 일컬어 ‘지혜의 샘’이라거나 ‘내면이 충만해진 노인들을 ’지혜로운 책’이라고 말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혜는 우리 삶에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위대한 재산이란 말이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우리는 알토란 같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최근 젊은 노인 후보가 아주 큰 일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원주유치는 6.1지방선거에서 블록버스터급 공약이다. 이 공약의 원청자가 바로 뒷방 늙은이란 ‘언어의 창’에 상처를 입은 무소속 이강후 시장 후보다.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와 같은 당 원강수 시장 후보까지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윤석열 당선자도 직접 부론일반산업단지 조성공사 현장을 방문해 “원주시가 중부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강후 시장 후보는 최근 페이스북에 “공약 베끼기가 성행하네요. 로열티를 받아야겠네요”라고 점잖게 일갈했다. ‘나는 꿈의 크기가 다르다. 꿈을 크게 가지라’라고 후배들에게 웅변하고 있지 않을까. ‘사람은 나이로 늙는 게 아니라 꿈을 잃을 때 늙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강후 후보는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장청 모든 세대가 고르게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갈등을 줄이고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사자의 힘만으로 이 풍진 세상을 헤쳐 나가기에는 너무 버겁다. “여우는 잔꾀가 많지만, 고슴도치는 큰꾀 하나만 있다네”라고 노래한 고대 그리스 전사이자 시인인 아르킬로코스의 경구는 그래서 가슴에 와닿는다. 젊은이와 노인 간 마음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젊은 노인들이 ‘있지만 없는 존재’처럼 취급받으며 정치 언저리로 밀려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젊은 노인들이여! 이 현실이 너무 서럽고 억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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