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파로 분류되는 작곡가들 >

드뷔시 외에도 인상파 작곡가로 분류되는 작곡가들이(평론가나 음악학자들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많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BGM(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짐노페디’ 시리즈로 유명한 ‘에릭사티’, 발레음악 ‘봄의 제전’으로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누구나 들어 보면 친숙한 멜로디 ‘파반느’를 작곡한 ‘가브리엘 포레’도 인상주의 작곡가로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인상주의 작곡가로 분류되는 분들은 많지만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야말로 ‘드뷔시’와 함께 인상주의 음악을 이끈 two Top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음악적 역량과 업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상주의적 색채의 강렬함을 말하는 것이다. 

< 라벨은 누구인가? >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 지대 ‘바스크(Basque)’ 지방의 ‘시부르(Ciboure)’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스위스계 프랑스인이었고, 어머니는 바스크족 계열이었다. 바스크족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접경지대에 살던 민족으로 주로 스페인에 많이 살고 있으며, 프랑스와 남미 지역에도 분포되어 있다.

그의 부모는 라벨이 갓난아기 때 파리로 이사를 갔고, 라벨은 파리에서 전 생애를 보냈으니 그냥 프랑스 작곡가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지만 라벨의 이러한 출생 배경 때문인지 그의 작품 속에는 스페인적 감성도 많이 배어 있다. 한 예로 라벨의 대표작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그가 동경하던 스페인 공주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작곡한 작품이다. 

라벨의 아버지는 철도 기관사였는데, 상당한 음악 애호가였기 때문에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들 ‘모리스(이하 라벨)’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4세 때에 라벨은 파리 음악원에 입학했는데 ‘에릭사티’와 ‘드뷔시’의 음악 스타일을 매우 선호했다고 알려져 있다. 

< 드뷔시와 라벨 > 

라벨의 음악어법에는 드뷔시, 림스키 코르샤코프, 포레 등 여러 작곡가들의 음악어법이 흡수되어 있다. 라벨이 드뷔시의 영향을 받은 것은 20대 후반이었고, ‘드뷔시의 후계자’라는 평가도 많이 받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드뷔시와는 조금 다른 악풍을 가지고 있다. 

드뷔시는 인상주의적인 모습도 있지만 상징주의적인 면이 더 강했고, 자유로운 형식과 기존의 틀에 구속받지 않는 화성진행, 그리고 온음음계도 자주 사용했다. 그러나 라벨의 음악은 고전적인 성격이 강했고, 모호한 표현을 즐겨 쓰던 드뷔시와는 달리 명확한 표현을 사용했으며 온음음계는 쓰지 않았다. 또한 드뷔시는 리듬을 선율과 화성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생각했지만, 라벨은 리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 볼레로 >

오늘 소개할 음악은 라벨의 무용곡 ‘볼레로’이다. ‘볼레로’는 18세기 후반쯤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3박자의 느린 민속 춤곡을 말한다. 이 곡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두 개의 멜로디만 교대로 나오며, 다이나믹도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 않고, 첫 부분 피아니시모(pp)에서 시작하여 끝부분에 포르티시모(ff)로 마치는 ‘일방적인 크레센도’를 쓰고 있다. 

라벨은 이렇게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내용들을 악기를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변화를 주었는데, 중독성 있는 두 개의 멜로디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서서히 커지는 것은 매우 독특한 음악어법이다. 관현악법의 대가인 라벨의 진가가 유감없이 나타난 작품이며, 작곡과 학생들에게는 관현악 편곡법의 교과서로 불린다. 

또한 이 곡은 같은 리듬이 곡 전체에 지속되고 있으나,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로 변화를 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 곡에 쓰인 독특한 리듬형은 ‘사라 브라이트만’과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른 ‘time to say goodbye’라는 노래에도 적용된다. 

이 곡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와 영화 ‘밀정’ 등에 삽입되어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해진 곡이다. 

https://youtu.be/f4iMjjnXbT4 (라벨 볼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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