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주 정체성 고민하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기고]원주 정체성 고민하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 김대중
  • 승인 2022.05.15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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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德微而位尊 智小而謀大 無禍者鮮矣(덕미이위존 지소이모대 무화자선의)

주역(周易)에 나온다. 직역하면 덕이 적으면서 지위가 높고 지혜가 적으면서 의도함이 크면 화(禍)를 입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의역을 하면 도덕성이 부족하면서 너무 높은 자리에 있고 능력이 안 되면서 너무 큰 일을 도모하면 재앙이 되지 않는 일이 없다는 의미다. 2천 년을 넘은 경전의 경구를 새삼 거론하는 이유는 지금이나 그때나 인간 세상사가 하나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지도자를 뽑는 선거철이 되니 더욱 이 말이 실감난다. 정치문화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더욱 그러하다.

도덕성이 있으면 능력이 없고 능력이 있으면 도덕성이 없다. 둘 다 갖춘 지도자가 드문 게 우리 현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둘 다 갖춘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인물들은 우리의 후진 정치판에 들어서려 하질 않는다. 이게 불행 중의 불행이다. 나라도 그렇고 지역은 더 그렇다.

어찌 보면 지역이 더 문제다. 국가는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니 그래도 통제 기능이라도 가동된다. 그러나 지역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지다보니 걷잡을 수 없다. 도덕성과 능력이 없는 인물이 지도자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6월 1일이 지방자치단체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날이다. 우리의 정치문화가 후지긴 하지만 그래도 선택을 잘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지도자들이 지역이 잘 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막말로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말 할 수 있게 된다.

원주는 흔히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한다. 절대 동의하는 말이다. 원주는 어떤 도시인가라고 물으면 지금의 모습으로는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역사가 있는 도시인지 전통문화가 있는 도시인지 헷갈린다.

공무원들도 모른다. 원주시를 이끌어가는 집단 구성원들이 원주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심각한 일이다. 누구의 책임일까. 공무원 자신들에게 물론 책임이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원주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다. 선출직 지도자들이다. 선출직 지도자들이 원주시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원주는 살기 좋다고 외지에서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도시가 빠르게 컸다. 이렇게 도시가 커 갈 때 원주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 도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지켜나가야 했다. 외지에서 유입된 사람들은 원주를 잘 모른다. 원주란 도시의 정체성을 모르면 공부를 하면 된다. 남의 능력을 이용하면 된다. 인간은 전지전능할 수 없다. 전지전능은 신(神)의 영역이다.

천재이고 싶고 뛰어난 능력자이고 싶지만 그건 희망 사항이고 욕심일 뿐이다. 일류 경영자는 남의 능력을 이용하고 이류 경영자는 남의 힘을 이용하고 삼류 경영자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한다고 했다. 삼류 경영자들만 있으면 망한다. 지도자 선출에 명심해야 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급여를 주면서 지역까지 망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칫 공동 책임을 넘어 공범이 될 수 있다.

어느 대학 교수가 칼럼에서 지도자의 무능은 죄악을 넘어 범죄라고 한 글이 생각난다. 무능하면 주변에 사사로운 마음으로 가득 채워진 인간들이 들끓게 되니 범죄란 말이다. 無禍者鮮矣(무화자선의)가 될 수 있다.

지난 4월 18일 옻칠기공예관에서 원주옻역사전시회를 시작했다. 그날 첫 번째로 찾은 관람객이 한상철 전 시장이다. 재임 중이던 2001년 4월 18일에 준공된 옻칠기공예관이니 인연도 있다. 단지 그래서만은 아니다. 원주옻영농조합을 비롯해 지방무형문화재 지정 등 많은 옻칠 문화 인프라를 재임때 구축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부러움을 넘어 일본인들까지 찬사하는 원주옻의 가치를 알고 그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본 지도자로서 능력이 남달랐다. 원주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지도자들이 아쉽다. 전통이 미래라는 의미를 아는 지도자,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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