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오매불망’ 묻지마 투표 관행 뿌리뽑자
[비로봉에서] ‘오매불망’ 묻지마 투표 관행 뿌리뽑자
  • 심규정
  • 승인 2022.05.2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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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지난 19일부터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4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여야는 대규모 출정식을 열고 지역발전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 구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당락이 결정되는 내달 1일 저녁 늦은 시간이 되면 새로운 풀뿌리 정치인들의 탄생을 보게 된다. 도의회, 시의회 의정 단상에 젊은 피들이 대거 수혈될 것으로 보여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도 상존한다. 그간 수많은 선거를 치른 필자로서는 선거 운동 첫날,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지금까지 취재현장에서 모두 24번의 선거를 치렀다. 지난 1991년 수습기자로 신문사에 입사했으니 대통령 선거는 제14대 김영삼 대통령부터 이번 제20대 윤석열 대통령까지 7차례, 국회의원 선거는 제14대부터 21대까지 8번, 지방선거는 1991년 구시군의회의원 선거, 시도의회의원 선거, 그리고 1995년 제1회 부터 이번 제9회까지 10번 치렀다. 

4,5년의 선거 주기, 선거법의 제개정, 여기에 출마자들이나 유권자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우리 정치 수준을 많이 높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몸에 낡은 굳은 살이 박힌 것처럼 아직도 변하지 않는 선거 포지셔닝이 있다. 바로 지지 정당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는 ‘묻지마 투표’, ‘줄투표’라는 오매불망 투표 관행이다. 

유권자들이 시민의 대표를 뽑아 그들로 하여금 도정, 시정을 꾸려나가 게 하는 대의정치에서 양당에 인물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오매불망 묻지마 투표 관행이 과연 제대로 된 후보를 정치권에 진입시켜 우리 정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지 회의감이 앞선다. 

정책과 인물보다는 오로지 지지 정당에 기댄,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이런 습관적인 투표 관행은 우리 정치를 후퇴시킬 수 있다. “나는 00당 지지자니까”라며 도지사부터 시의원 후보까지 같은 칸에 쭉 기계적으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영혼 없는 기표행위이다. 무의식 속에 지지 정당의 아바타를 자인하는 셈이다. 이런 충성스런 호의가 계속되면 정치인, 정당은 이것을 마치 자신들의 권리인양 착각에 빠지게 된다. 우리 정치가 퇴행적, 시대착오적인 모습이 되풀이 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흔히들 투표를 피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계속 신장시켜 나갈 수 있는 정치혁명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후보를 뽑자. 다가올 6.1지방선거에서 우리는 훌륭한 심판자가 되야지 멍청한 유권자, 유리병 속의 유권자가 되서는 곤란하다. 유권자들이 눈을 바짝 뜨고 우리사회 3대 고질병인 학연, 지연, 혈연중심주의 보다 능력과 공약을 보고 냉철히 투표해야 한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라는 프랑스 계몽기의 사상가인 장자크 루소의 일갈은 그래서 꽤 의미있게 다가온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유권자들의 분별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역의 맥을 뛰게 할 인물을 더 이상 잠자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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