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원주형 아름다운 경관마을을 지정하자
[문화칼럼] 원주형 아름다운 경관마을을 지정하자
  • 전영철
  • 승인 2022.05.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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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br>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팬데믹 시기에도 치악산 둘레길과 원주 굽잇길을 걷는 사람이 많아지고, 아침저녁으로 원주천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주말이면 치악산 둘레길을 걷거나 소금산그랜드밸리를 찾았다. 원도심 전통시장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시내를 찾는 외지인의 인파도 많아졌다. 아름다운 경관과 문화유산에 비해 도드라진 관광자원이 없던 탓에 관광과 거리가 멀었던 원주에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뀐 풍경의 하나이다.

이인직의 신소설 ‘치악산’을 보면 “금강산이 가까워 호랑이가 득실거렸다”라는 표현이 와 닿지 않은 것이 오늘날 도시화되고 현대화된 원주의 현실이다. 국가하천 남한강과 국립공원 치악산, 국립 백운산자연휴양림이 우리 곁에 항상 있다. 원주로 접어드는 길목에 문막평야가 있어 산과 강과 넓은 들을 가진 도시가 많지 않은 현실에 원주는 분명 축복받은 도시이다.

교통 인프라의 확충과 중부내륙 거점도시로 원주가 발전하면서 지역만의 독특한 풍경이 사라질지 모르는 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주만의 독특한 풍경을 갖춘 마을을 ‘원주형 아름다운 경관 마을 지정’을 통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한적한 들판, 남한강 강가의 강촌마을, 치악산과 백운산의 산촌마을 등등의 풍경은 몇 년만 이대로 지켜준다면 원주만의 경쟁력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프랑스는 1960년대 이후 농촌이 쇠락하고 주민이 사라지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남서부지역에 위치한 콜롱주-라-루즈 (Collonges-la-Rouge)의 촌장 샬루 세이락씨는 마을의 경관과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이것이 리더스다이제스트사가 출판한 프랑스의 최고 아름다운 마을로 소개되었다. 이를 계기로 하여 1982년 3월 ‘Les Plus Beaux Villages de France' 협회를 만들고 66개 마을의 대표가 모여 마을의 뛰어난 유산을 보호하고 농촌 이탈을 막고자 하였다. 프랑스의 마을들이 특색 없는 유원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현재는 14개 지역(région), 70개 데파르트망(département)에 위치한 159개 마을이 협회 승인을 받아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인증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이 2,000명 이하여야 하며, 보호 가치가 있는 뛰어난 유산이나 역사적 기념물을 마을 내에 최소 2개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27가지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한 마을에게만 인증이 주어진다. 신청에서 인증받을 확률은 20%에 불과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가 이루어진다. 

인증을 받은 마을은 환경친화적인 관광을 추구하고 역사 유적들을 정성껏 보존·관리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일본에서도 2005년 7개의 촌장이 모여 비영리법인 ‘일본에서도 최고 아름다운 마을연합회’를 만들고 작지만 쾌적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지키고자 하고 있다. 이 운동에 가입한 마을은 2021년을 기준으로 61개에 이르고 있다. 가입조건은 인구 1만 명 이하, 지역자원이 2개 이상,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활동 등을 중요하게 다룬다고 한다.

아름다운 마을 운동은 1994년 벨기에, 1998년 캐나다 퀘벡, 2001년 이탈리아, 2005년 일본으로 확대되었고 2012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연합회가 프랑스에서 출범되었다. 그 후에 독일 작센 주, 루마니아, 스페인, 러시아, 레바논, 스위스가 동참하였고 한국이나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등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교통이 좋아지고 개발압력이 더욱 거세지면 지금의 원주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경관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기에 선제적으로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경관의 보존에 대한 공감대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원주형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지역브랜드 사업으로 먼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원주는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림 성황림, 부론 흥호리 남한강 석양, 문막 반계리 은행나무, 치악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금대계곡, 신림 용소막성당 등등 우리는 가까이에 있어 그 가치를 모르지만 보물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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