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전옻칠엘리베이터로 옻칠의 산업화 성공하다
[기고]나전옻칠엘리베이터로 옻칠의 산업화 성공하다
  • 김대중
  • 승인 2022.05.2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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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지난 5월 15일 일요일 12시.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칠예 작가 전용복 선생의 칠예연구소에서 칠예전시관 개관식이 열렸다. 인접한 천안시의 티케이엘리베이터(구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칠예연구소의 칠예전시관은 나전옻칠엘리베이터를 연구하고 작업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규모 200평짜리 연구실 2동 가운데 1동을 칠예전시관으로 바꾼 것이다. 티케이엘리베이터측과 협업을 통해 나전옻칠엘리베이터 연구를 거쳐 상용화까지 마무리되면서 옻칠 작품 전시관으로 바꾼 것이다. 전 선생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여기서 나전옻칠엘리베이터 연구하고 작업을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나전옻칠엘리베이터가 생산에 들어가면서 상업용 건물은 물론 아파트에까지 설치하고 있다. 나전옻칠엘리베이터의 대중화가 현실화된 것이다. 옻칠의 미래와 그 가능성을 한눈에 보여준 것이다.

현재 전 선생은 나전옻칠엘리베이터 제작 기술 등 노하우를 회사에 넘겨줬으며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작품과 디자인을 계속 도와주고 앞으로 개인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티케이엘리베이터는 우리나라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이 현대에 이어 2위의 글로벌 엘리베이터 기업이다. 전 선생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옻칠 엘리베이터를 만든 것은 1991년 일본 도쿄에 있는 대형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의 엘리베이터다. 1930년대 건립된 메구로가조엔은 국보급 시설로 당시 옻칠 작품의 복원 및 창작과 34대의 옻칠 엘리베이터 등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완성시켜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공사비가 1조 원대이며 연인원 10만여 명이 투입된 엄청난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키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전 선생은 2008년 한국으로 돌아와 이화여대 등 강단에서 옻칠을 가르치던 중 2013년 원주시의 초청으로 원주에 왔다. 옻칠의 성지 원주에서 옻칠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였다. 상지대학교 전통산업진흥센터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후학 양성과 작품 활동을 하던 중 2017년 티케이엘리베이터측과 나전옻칠엘리베이터를 제작하기로 하면서 원주를 떠났다.

전 선생이 서울에서 원주로 옮길 때 당시 시장이 약속을 했다. 1만 평의 작업 및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옻칠의 성지 원주에서 인연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원주에서 꿈꾸던 일은 옻칠의 대중화였고 산업화였다. 품질 좋은 원주 옻의 역사와 명성을 살리고 이어가는데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특히 원주에서 옻칠의 산업화에 도전하려 했다. 옻칠 음향 연구센터를 세우고 옻칠 악기 도시로 만들고자 했다. 옻칠 명품시계도 생각했다. 이런 꿈들은 이미 전 선생이 실제 연구하고 만들었던 것들이다.

전 선생은 가칭 원주칠예옻종합연구소 혹은 센터를 건립해 옻칠 관련 생물학적 연구와 산업화에 도전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만일 원주를 떠나지 않았고 원주의 어떤 지도자라도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원주는 고품격의 도시 브랜드를 갖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옻칠은 새로운 원주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전 선생의 혁신적인 생각과 불굴의 도전 정신이면 충분히 가능하고 남을 것이라고 본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회장은 입버릇처럼 인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인재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원주는 그런 면에서 운이 없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잡지 못했으니 이런 어리석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전 선생은 원주가 옻칠의 성지라는데 크게 매료돼 선뜻 원주를 찾았다. 진정한 옻칠쟁이라면 명품 옻칠의 산지 원주에 끌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안성의 전시관 개관식에 갔더니 치악산 막걸리와 원주 음식이 마련돼 있었다. 마음이 짐작이 갔다. 갑자기 먹먹해졌다. 전 선생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원주는 전 선생에게 결례를 했다. 평생을 옻칠의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전 선생은 옻칠 혁신가이며 디자이너다. 젊은 세대에게 비전을 보여주고 꿈을 심어주는 천생의 옻칠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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