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권에 던진 준엄한 경고
[비로봉에서]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권에 던진 준엄한 경고
  • 심규정
  • 승인 2022.06.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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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국민의힘이 6.1지방선거에서 완승했다. 민주당이 장악해온 원주시정 12년에 종지부를 찍고 지방 권력을 되찾은 셈이다. 지방의회도 다수당이 됐다. 강원도의원은 8명 가운데 5명, 원주시의원은 24명 가운데 13명을 당선시키면서 권력 지도를 바꿔놓았다. 1970년생 시장 시대를 연 원강수 당선자뿐만 아니라 도의회, 시의회에 청년 당선자가 대거 입성해 지방의회의 환골탈태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압승은 시민의 눈높이보다 팬덤정치(열성팬 정치)가 습관처럼 몸에 밴 더불어민주당의 자업자득, 자승자박이 가져온 반사이익이다. 또 대통령 선거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진 선거이다 보니 최절정의 집권여당 특수를 누린 측면이 강하다. 중앙에서 불어온 태풍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 한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후유증에 따른 집안싸움, 그리고 오만과 자만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라며 “우리 당도 잠시 방심하는 순간 훅 갈 수 있다. 더욱 낮은 자세로 의정활동을 하겠다”라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었다. 이번 선거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혜안이다. 

이런 겸손 모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시민들의 준엄한 꾸짖음을 정치권은 새겨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사시(斜視)에 걸린 것처럼 ‘민심 난독증’, ‘위기 불감증’이 중증에 이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많은 시민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보다는 닻을 내린 항구에 배가 계속 머물 듯, 자신들의 철벽 카르텔에 도취했다. 

집토끼도 제대로 끌어안지 않고 어떻게 산토끼를 잡겠다고 나선 건지, 아무튼 야당 할 때의 그 치열함, 간절함, 절박함은 어디로 갔는지, “내가 결정한다. 그냥 따라오면 된다”라는 ‘엔터키 리더십’이 관성화된 것을 몇몇 인사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광재 후보만 해도 그렇다. 위기의 당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9회 말에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패전투수라는 멍에만 떠안게 됐다. 

그동안 “지역 민심은 그건 아니지 않냐, 그러면 안된다”라며 경고신호를 보냈는데 조직 논리, 자신의 소신, 지적 오만에 빠져 직진형 행보를 거듭해 화를 자초했다. 때론 곡선형 행보가 필요한데 말이다. 4년 후 정치적 환경이 그를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 줄지, 의문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아이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선출직 4년의 임기는 긴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그저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과거는 부도난 수표고, 미래는 알 수 없는 약속어음이지만 바로 지금은 현찰”이란 말이 있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 자신의 이미지로 굳어져 향후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 풍랑이 불어닥치다 잠시 평온을 되찾은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임을 직시하자.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 자만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말처럼 한없이 겸손한 초심자의 자세로 일로매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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