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67) 인상주의 음악⑦ 모리스 라벨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67) 인상주의 음악⑦ 모리스 라벨 (下)
  • 최왕국
  • 승인 2022.06.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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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라벨의 작품 세계 >

라벨의 작품은 품위 있고, 도시적이며, 우아한 모습이 많지만 왠지 우수에 가득 찬 느낌도 주는 전형적인 ‘프랑스 파리 음악’이라는 평이 많다. 라벨의 음악은 프랑스인들에게 친숙하지만, 스페인의 토속적 향내가 짙은 곡들도 많고, 1차 세계대전 후 유입된 재즈 기법도 많이 반영되었다. 

피아니스트로, 작곡가로 맹활약했던 그였지만, 정작 파리 음악원 시절에는 피아노와 화성학에서 낙제 점수를 받기도 했고, 파리 음악학도들의 로망인 로마대상에 도전했다가 억울하게 탈락하는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 온고지신(溫故知新) >

라벨은 평생 독신으로 오직 음악에만 전념한 작곡가이다. 인상주의 음악 기법으로 출발한 그였지만 쿠프랭, 라모, 모차르트, 에릭 사티, 포레 등 많은 작곡가들의 음악 양식을 연구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어법을 만들어낸 불세출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게 되면 선생이 될 수 있다”라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라벨은 관현악 편곡(orchestration)의 대가인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작품에 큰 감명을 받아 꾸준한 연구와 노력 끝에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관현악 어법을 창출했고, “관현악의 마법사”라는 별명까지 얻는 등 림스키 코르샤코프를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떨쳤던 라벨답게 피아노곡을 많이 작곡했지만, 오케스트레이션의 대가로서 화려한 색채의 관현악곡도 많이 썼다. 또한 라벨은 자신의 피아노곡, 또는 다른 작곡가들의 피아노곡을 관현악으로 편곡하곤 했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전람회의 그림>이다. 

전자는 자신의 곡을, 후자는 ‘무소르그스키(Modest Petrovich Moussorgsky: 1839-1881)’의 작품을 오케스트레이션 한 것인데 이 편곡은 라벨의 오리지널 작품인 <볼레로>와 함께 관현악 편곡법의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다. 

< 전람회의 그림 >

이 작품은 라벨 이전에도 ‘림스키 코르샤코프’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이 관현악으로 편곡한 바 있는데, 원곡(피아노)이나 ‘림스키 코르샤코프’ 버전보다 라벨 버전이 훨씬 더 많이 연주되고 있다. 

원곡은 화가인 ‘하르트만’의 죽음을 애도하며 무소르그스키와 친구들이 개최한 추모 전람회에 전시된 ‘하르트만’의 그림들을 주제로 한 곡인데, ‘프롬나드(Promenade)’와 10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무소르그스키’ 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이 편곡에서 라벨은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여러 악기들의 음색을 120% 활용·조합하여 화려한 색채와 드라마틱한 음향효과를 구사하였다. 마치 전람회에 전시된 그림들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수작(秀作)이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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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_RT3M8o7ma0 (라벨편곡 전람회의 그림)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하바네라>, <스페인 광시곡>, <볼레로>처럼 스페인 정서가 짙은 이 작품은 스페인 궁정을 떠오르게 하는 고풍스러운 선율과 라벨만의 세련된 관현악 색채가 어우러진 명곡이다.

파리 음악원 재학시절인 1899년에 작곡된 이 곡은 1902년 초연된 후 큰 호응을 얻어 여기저기서 연주되었지만 정작 라벨 자신은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했으며, 11년 뒤 관현악으로 편곡하여 더욱 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곡 첫머리에 현악기의 피치카토 반주와 함께 연주되는 호른(French Horn)의 가슴을 저미는 듯한 선율은 흔한 관현악법의 예상을 뛰어넘는 역발상의 미학이다. 

라벨은 평소 스페인 궁정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그림 속의 ‘마르가리타’ 공주의 고귀한 기품과 아름다움을 흠모했는데, 1899년 그녀가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이 곡을 썼다고 한다. 

‘파반느(Pavane)’란 16세기 초 스페인에서 시작되어, 이태리에서 유행했던 느린 2박자 춤곡으로 공작새의 우아한 걸음걸이를 묘사한 궁정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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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sb74EU79PI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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