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 당선인은 ‘불통중’
[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 당선인은 ‘불통중’
  • 심규정
  • 승인 2022.06.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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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원강수 시장 당선인의 소통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김소월의 시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시구가 생각난다. 

바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여기서 ‘산산이 부서진 이름’,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없다는 뜻이다. ‘불러도 이름 없는 이름’은 말 그대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구구절절 김소월의 시를 언급하는 것은 ‘소통의 굴착기’ 노릇을 해야 할 원강수 시장 당선인이 불통 시장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선거 내내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당선 이후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는 마이동풍식 소통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 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첫 출근한 지난 7일 오후 3시 20분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다시 전화했다. 한참 신호음이 간 뒤 전화를 받은 건 그의 비서. 이름과 소속, 그리고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고 전화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되는 날까지 그는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았다. 속사정이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9일 오후 조종용 부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원강수 당선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필자가 통화를 시도한 당일, 한 언론과 인터뷰 했고, 이후 행사, 각 부서 인수위 업무보고 등 바쁜 스케줄에도 주요 방송사 라디오에 출연해 ‘행복한 변화’, ‘약속을 지키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가 당선되자마자, 승리에 도취해, 기쁨에 겨워 SNS에 올린 글이 생각났다. ‘더 낮은 자세로…’, ‘저를 선택하지 않으신 시민들께도 앞으로 분발해서 통합과 화합의 시정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 등등.

그를 애타게, 처절하게 찾은 것은 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는 날, 당선자의 정책 기조, 정책 과제는 어떻게 되는지, 원주시청에 대해 밖에서 바라보던 시각과 ‘원주시의 수장’이 되고 바라본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무척 궁금했다. 또 그가 선거 기간 내내 제시한 각종 시혜적 사업, 개발 사업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다. 시 곳간이 열악한 상황(재정자립도 18%)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그의 공약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강수 당선인은 특정 언론에 거대한 ‘마음의 장벽’을 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글을 마무리해야 할 지점에서 선거 기간 그가 필자에게 던진 말이 지금도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유튜브 방송에 그의 선거운동 장면을 올리기 위해 취재에 나선 후배 기자를 따라 나섰는데, 그는 ‘저는 선배님 뵈면 너무 날카로워서 사실 좀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당시의 이 말과 그간 그에 대한 불편한 보도 때문에 그가 의도적으로 필자를 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각 실과소에 대한 인수위 업무보고 현장을 지켰다. 원강수 당선인과의 거리는 불과 5m. 그는 지난 10일 환경녹지국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제가 시장실을 7층에서 1층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은 시민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겠다는 몸부림으로 봐달라”라고 했다. 아무튼 원 당선인과 소통이 집에서 기르는 애완묘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현실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불통의 벽’이 너무 두텁다. 원 당선자와의 소통은 앞으로 지면을 통해서만 하겠다. 할 말 있으면 언제든지 지면을 할애해 주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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