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건축학개론의 도시 원주
[문화칼럼] 건축학개론의 도시 원주
  • 전영철
  • 승인 2022.06.19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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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2010년대 초반 제주에 가면 사람들이 꼭 들러야 하는 감성 여행지가 있었다. 제주의 바람, 파도, 오름의 억새 등을 사진으로 남겼으나 끝내 루게릭병으로 생을 마감했던 김영갑 작가를 추모하는 김영갑 갤러리다. 2012년에 국민 여동생이자 첫사랑의 연인으로 불린 수지 주연의 ‘건축학개론’의 무대에 나오는 서귀포 동쪽의 아름다운 집이 그다음을 이었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건축에 대한 느낌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건축은 우리가 살고 일하고 있는 공간 그 이상이다. 건축은 건설의 문제 저 너머에 있는 예술이며 감동의 사건이다. 건설의 목적이 건물을 지탱하는 일이라면, 건축의 목적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데에 있다”

원주에도 코로나 시기에 한적했던 뮤지엄 산 갤러리에 젊은 건축학도, 미술을 사랑하는 MZ세대, 과거의 추억과 기억을 사랑하는 노부부들이 한적한 미술관의 정원을 거니는 모습을 주말이나 휴일에는 다시금 많이 만날 수 있다. 제이스 터렐의 설치예술 작품을 보러 대부호들이 전용기를 타고 남미의 사막 한복판의 미술관을 찾았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런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원주 뮤지엄 산에 있는 것이다.

시인 박노해는 그의 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라는 시에서 “…저기 낡은 벽돌과 갈라진 시멘트는 / 어디선가 날아온 풀씨와 이끼의 집이 되고 / 빛바래고 삭아진 저 플라스틱마저 / 은은한 색감으로 깊어지고 있다…라고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무리를 지어 살면서 그들의 집과 일터를 위해 도시를 만들고 건축물을 만들었는데 바로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원주에는 사람의 이동을 도와주는 철도, 고속도로 등의 교통인프라가 독특하여 전국적으로 건축학과 학생들의 답사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아는 현실이다. 특히 중앙선의 간이역인 반곡역이나 신림역, 똬리굴 등은 건축과 토목에 있어 대역사가 아닐 수 없다. 또 뮤지엄 산은 어떤가? 세계적인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건물 본채뿐만 아니라, 부지 전체를 뮤지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어른과 아이 모두 여기에 와서 하루를 보내면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성이 풍부해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는 공간을 꿈꾸었다 한다.

원도심에는 한국전쟁 모진 난리에도 버티어 낸 조선시대 강원감영과 원동성당, 스탠다드 챠터스 은행, 아카데미 극장 등 근현대 속에 시민들의 추억과 기억을 그대로 안고 있는 건물들이 근대문화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론에는 법천사지와 거돈사지 폐사지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게 건축문화 기행을 디자인하여 건축인문학여행으로 지역의 이미지를 한층 고양시키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사무실을 운영하는 런던은 오픈하우스 런던(open house London)을 1992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9월 중순 교회, 관청, 역사적 건축물을 최신 건축디자인을 시행한 건축가들의 직접적인 도슨트 안내로 돌아보는 페스티벌을 연다. 또한 평상시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첨단기술을 접목한 공공건축, 재개발 공사 현장, 일반 개인주택, 설계사무소 사무실을 특별히 공개한다. 2013년에는 800여 건축물들이 문을 열고 시민들을 맞아들였다. 또 스코틀랜드 글라스 고우의‘도어 오픈 데이 글라스고 건축유적 축제(Doors Open Day Glasgow’s Built Heritage Festival)‘와 연대하고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와 유사한 축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기존에 문화재의 수동적인 보존에서 벗어나 그 가치를 활용하는 문화재 야행, 생생문화재 등의 사업을 통해 시민과 그 가치를 공유하는 기회를 늘리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원주에서도 강원감영 야행이 있었고 매지농악 등의 생생문화재 사업이 있었다. 이제 원주도 외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엄 산과 같이 도시를 하나의 뮤지엄으로 보고 거기에 있는 오랜 건축물의 역사를 공유하는 오픈하우스 같은 행사를 건축가와 원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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