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비로봉에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심규정
  • 승인 2022.07.0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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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지난 1일 자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원주시 인사가 연기됐다. 전례 없는 일이다. 다면평가, 인사위원회를 거쳐 인사가 단행되기까지 빠르면 20일쯤 늦으면 내달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주시정이 12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장으로 교체되면서 과도기이다 보니 원주시 조직을, 직원을 전후좌우로 살펴보고 재삼재사(再三再四) 확인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특히나 취임 전부터 강원도 감사에서 서기관 특별승진 남용으로 기관경고를 받은 것은 물론 특정 고교출신 인사 우대논란까지. 조직을 개편해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원강수 시장의 강철 같은 의지가 담겨 있으니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인사가 연기되면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원주시의회는 오는 15일부터 원주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다소 맥 빠진 분위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농업기술센터소장, 상하수도사업소장, 보건소장은 지난달 말 퇴임해 현재 공석인 상태다. 후속인사가 뒤따르지 않아 주무과장이 보고에 나서는 묘한 상황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래서야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질까?”, “도대체 어떤 절묘한 한 수를 두려고...”라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인사가 늦어지면서 특정 승진 후보자와 요직 발탁이 거론되는 직원들에 대한 갖가지 흠집내기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서기관 5자리, 사무관 9자리를 승진자로 채우게 된다. 난무하는 네거티브의 실상을 보자. 자질이 부족하다느니, 시장과 동문이라서 시장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느니,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상사병(윗사람의 갑질로부터 얻는 병)에 걸렸다느니, 전임 시장 측근이니 본청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등. 사실 여부를 떠나 기막힌 타이밍 때문에 당사자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황당무계한 시추에이션은 또 있다. 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시청밖에서 ‘○○○는 손볼 사람’, ‘○○○는 요직 발탁 1순위’란 가상의 인사안까지 나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지방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동문 네트워크가 크게 작동한데다 원고 출신 시장에서 비원고(대성고)출신 시장이 당선되다 보니 어느 정도 예상된 현상이지만, 주눅 든 당사자들은 으스스한 분위기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이 여름인가, 겨울인가. “조직이 아사리판 일보 직전이다”라는 표현까지 나오니 상황이 어떤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조직을 추슬러 화합과 통합에 나서야 하는 원강수 시장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직원들은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통상 정기인사(1월 초, 7월 초)를 앞두고 공직사회는 자리 이동에 따라 중요한 업무를 뒤로 미루거나 손을 놓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수위원들에게 직간접적인 투서까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사와 관련, 각종 사회단체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시처럼 12년 만에 도지사가 교체된 강원도는 지난 1일 자로 전격 인사를 단행해 큰 대조를 이룬다. 

공무원을 일컬어 ‘제도화된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사권자가 누가 됐든 제도, 조직에 충성하면 된다. 공공의 이익에 머슴이 되는 것, 그게 바로 인사권자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인사가 만병통치약’이란 말이 있지만, 인사를 통해 모든 직원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이런저런 이해 관계자에게 항상 귀를 열어두는 것은 ‘소통의 달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필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팔랑귀 시장’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 이게 지속되면 인사 난맥으로 비화될 수 있다.  

요즘 공직사회에 고려말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를 살짝 개사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치악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가 거론된다고 한다. 능수버들처럼 축 처져 바람 불면 부는 대로 하늘거리면 된다는 뜻이 아닐까. 나훈아의 히트곡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이 세월은 고장도 없네’를 빗대 ‘공직사회의 시계추는 째깍째깍 잘도 돈다’라는 세월아 네월아 식의 현실에 대한 체념도 상존하고 있다. 원주시 공직사회를 봐서도 그렇고, 시민을 봐서도 그렇고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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