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달에 관한 문학 작품들
[세상의 자막들] 달에 관한 문학 작품들
  • 임영석
  • 승인 2022.07.10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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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와 동시를 중심으로
△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달은 지금까지 수많은 우주의 천체(天體) 중에서 사람이 발을 딛고 선 유일한 곳이다. 그렇지만 그 달을 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 왔다. 얼마 전, 우리나라도 누리호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그 첫걸음을 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달을 가기 위한  단계의 실험일 뿐, 사람을 태우고 달에 착륙하는 일과는 아직도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같은 우주 강국의 실험을 한참 뒤에 따라가고 있다고 본다.

왜 사람들은 달을 동경하고 달을 가려고 하는 것일까? 옛날부터 달은 사람의 마음속에 많은 꿈을 심어주었다. 하여 나는 달에 관하여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래를 해 왔고 글을 써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많이 읽은 작품 중에는 남구만(영의정, 1629~1711)의 권농가를 꼽을 수 있다. 〈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 소 칠 아이 넌 여태 아니 일어나냐 /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하며 일찍 일어나 밭에 나가 밭갈이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았다. 

또한 동짓달 긴 밤을 보내는 마음을 담은 황진이(기생, 생년~ 미상)의 시조에서 엿볼 수 있다.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버혀 내여 / 춘풍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드란 구비구비 펴리라〉 했다. 지금은 시계가 있어 정확한 시간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시계가 없이 달이 뜨고 지는 모습을 보며 시간을 예측했다. 겨울밤이 가장 긴 달이 동짓달이다. 기나긴 밤을 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잘 말해주는 작품이다.

근래에 와서 동요로 많이 불린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의 동시 「달 따러 가자」를 들을 수 있다. 〈애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 장대 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 / 뒷동산에 올라가 무등을 타고 /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 // 저 건너 순이네는 불을 못켜서 / 밤이면 바느질도 못한다더라. / 애들아, 나오너라, 달을 따다가 / 순이 엄마 방에다가 달아드리자〉 윤석중 동시에는 낭만과 꿈을 담아 놓았다. 망태 메고 뒷동산에 올라 키가 작으니 무등을 타고 장대로 달을 따자고 노래하고 있다. 

달에 관한 시작품은 무수하게 많다.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에서 달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 달이 뜨고 지는 모습을 통해 사람의 삶의 모습과 대비하며 그 속에서 많은 삶의 모습을 형상화해왔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보름달처럼 활짝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어느 날은 초승달처럼 깊은 상처를 감추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달을 통해 사무친 삶의 그리움과 사랑, 애틋한 감정을 달을 통해 가슴을 드러내 왔다. 달을 소재로 하여 쓴 작품을 내가 읽은 것만 해도 수백 편은 될 것이다. 

아무리 우주 공간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달을 가고 우주를 가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들 가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동심과 꿈, 희망, 그리움을 주었던 달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적 접근으로는 문학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문학적인 꿈과 희망, 그리움들의 상상이 없다면 달을 향해 가려는 발돋움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달에 관한 문학 작품으로 윤극영(1903~1988) 아동문학가의 반달을 꼽는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 이는 건 /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는 작품을 통해 달에 관한 상상의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물론, 윤극영 아동문학가가 친일반민족 행위자이기는 했으나, 반달이란 동시로 많은 꿈과 희망을 나누어 준 것은 분명하다. 

몇몇 고시조와 동시 등을 통해 달이 그간 우리들 삶과 밀접해 있었고, 얼마나 정서적으로 가까이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항상 우리 마음속에 수 없는 많은 삶의 추억을 안겨준 것이 달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태양이 아버지라면, 달은 어머니를 상징한다. 그래서 더 포근한 애정을 달을 통해 위로를 받아왔다. 누리호를 발사하여 성공을 하였다는 기쁜 소식이 있지만, 이미 우리들 가슴속에는 달을 오가며 함께 살아온 민족이었다. 그런 달이 앞으로도 우리들 가슴에 꿈을 만들고 희망을 만드는 아름다운 달로 영원히 가슴에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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