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 ‘탕평인사의 총아(寵兒)’ 기대감
[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 ‘탕평인사의 총아(寵兒)’ 기대감
  • 심규정
  • 승인 2022.07.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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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재상 기해(祁奚)는 공평무사의 대명사로 꼽힌다. 그는 어떤 직위에 적임자라면 원수든 가족이든 편견 없이 추천해 나라를 위해 크게 쓰이도록 했다. 임인유현(任人唯賢), 즉 ‘사람을 임명할 때 오직 그 현명함만 본다’는 성어는 바로 기해의 인재 추천방식과 맞닿아 있다. 현명함은 재능과 덕망이 어우러진 중의적 의미다.

민선8기 원강수 원주시장이 최근 취임 이후 첫 승진,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정실인사 배제, 학연·지연을 떠나 능력에 따른 적재적소 인력 배치에 방점이 찍혔다. 선거 때부터 학연이 어쩌고저쩌고 말들이 많았지만, 인재를 고루 등용한 ‘탕평인사의 총아’ 세종답게 괜찮은 인사를 했다. 

조직 살림,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국장에 인사 업무에 달통한 이병철 국장을, 총무과장에 꼼꼼한 일처리로 소문난 이병오 과장을, 인사팀장에는 인천 출신 이수영 팀장을 각각 발탁했다. 실무책임자인 인사팀장에 원주 출신이 아닌 직원을 발탁한 것은 아마 처음 있는 일로 기억된다. 선입견, 편견 없이 ‘객관의 눈’으로 직원들을 들여다보고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주 절묘한 인선이다. 

또 시정홍보실장에 두루두루 원만한 대인관계를 자랑하는 박명옥 과장을, 기획예산과장에 예산팀장을 거치며 중앙 부처에 사통오달의 인맥을 자랑하는 이수창 과장을, 요직으로 떠오른 기업지원일자리과장에 7급 공채 출신의 김흥배 과장을 배치한 것은 조직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사가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 없듯이 옥에티도 있다. 우선 행정직 사무관 승진 대상이 애초 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 점을 꼽을 수 있다. ‘원주시 정원조례’에는 직급별 정원책정 기준이 있다. 승진 대상은 이 비율에 따른 것이다. 직원들은 “이를 지키는 선에서 형평에 맞게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소장 직무대리 발령도 왜 이리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탈락한 모 과장을 빗대 인사 발표 전부터 ‘시장의 경쟁 후보와 친하다’느니, 별의별 말들이 난무하더니 결국 당사자는 물을 먹었다. 누가 승진 적임자인지를 떠나 험담이 결국 악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는 게 내외부의 확대경이다. 

중국 노나라 때 공자를 왕에게 버림받게해 10년동안 방랑토록 것은 계손사의 책략이, 송나라 때 묵자를 쫓아낸 것은 자염의 계책 때문이라고 한다. 한나라 때 학자 유황은 “공자와 묵자의 변론으로도 그 모함을 벗어날 수 없었으니 이 무슨 까닭인가. ‘입이 여럿 모이면 쇠붙이도 녹이는 법이요, 비방하는 말이 쌓이면 뼈도 녹여 버리는 법이로다’(衆口鑠金 積毁銷骨, 중구삭금 적훼소골)”라고 한탄했다. 

중국 역사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용인술은 지금까지 입에서 입으로 회자된다. 춘추오패(春秋五覇)로 유명한 제나라의 환공은 자신에게 활을 쏜 관중을 재상으로 기용해 나라를 부강하게 이끌었다. 당 태종 이세민은 황위 다툼에서 형 이건성의 참모로 자신을 죽이려 한 정적 위정을 요직에 중용해 명군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누구나 얼굴, 이름 석 자 뒤에는 늘 사회적 평판이 뒤따른다. 사회적 평판은 같은 조직안에 있는 구성원이 만들어 내는 게 대부분이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가끔은 왜곡되거나 뒤틀린 평판도 생겨난다. 이런 점에서 중구삭금 적훼소골은 모두 경계해야 할 성어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는 게 세상의 이치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멀리 크게 보는 게 대인배의 풍격(風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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