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옥수수에 깃든 추억들
[세상의 자막들] 옥수수에 깃든 추억들
  • 임영석
  • 승인 2022.07.24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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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옥수수! 이 말속에는 참으로 많은 추억이 스며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가 먹고사는 식량 걱정이 해결되어 옥수수가 별미로 먹는 간식이 되어 있지만, 쌀과 보리로만 식량을 해결할 수 없었던 1970년 전후의 시대에는 옥수수가 겨울을 나기 위한 그런 먹거리의 하나였다. 집집마다 처마에 줄을 매어 그 줄에 마른 옥수수를 매달아 놓는 풍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옥수수는 강원도 산간 지방에 많이 생산되는 작물이기도 하다. 옥수수로 유명한 김순권 박사는 우리나라에 맞는 옥수수 씨앗을 개량하였고, 북한 지형에 맞는 옥수수 육종은 물론 빈곤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등지에 옥수수 씨앗을 보급시킨 일화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육종학자다. 

나는 TV에서 김순권 박사의 옥수수 씨앗을 보급하는 과정의 프로를 보며, 최빈국 25개국에 옥수수를 그 나라에 맞는 토양의 것으로 개량하여 보급시킨 모습을 보며 감탄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이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다. 먹고사는 일이 해결되어야 복지를 이야기하고, 인권을 이야기하고,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곤의 나라는 모든 문제가 먹고사는 식량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각 분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옥수수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을 연구한 육종학자들도 훌륭한 분들이 있다.

오늘은 옥수수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은 옥수수 하면 강원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주산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옥수수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여름방학이면 놀러 가 먹었던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내 경험으로도 옥수수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것을 원주에 이사를 와서 보게 되었다. 옥수수 품종만 해도 참으로 많은 품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쪄서 먹는 것, 그냥 생으로 먹는 것, 동물의 사료용으로 재배하는 것 등등 수없는 종자가 있다고 한다.

옥수수에 관련된 문학 작품들이 참 많다.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린 윤석중 작사, 홍난파 작곡, 『옥수수 하모니카』에서부터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에 나오는 옥수수밭의 사무친 마음, 그리고 많은 동시들에서 옥수수는 다둥이로 표현이 되었고, 키 큰 그런 엄마 아빠의 모습이며, 수염이 나 있어 옥수수 나이에 대한 작품 등이 표현되어 있다. 문학 작품 속에 깃들어 있는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겨 가지고 /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 나 / 도미솔도 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윤석중 작사, 홍난파 작곡 『옥수수 하모니카』 가사 전문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도종환 시 『접시꽃 당신』 부분

옥수수밭에 가면 / 울며 보채는 / 아기를 업은 / 우리 어머니를 만난다 // 아기만이 아니고 / 배고파 우는 / 형도 누나도 데불고 / 비탈진 밭에 서 있다 // 7월의 옥수수밭에 가면 / 울며 보채는 / 아기를 업은 / 땡볕의 어머니를 만난다

▲김진광 동시 『옥수수밭』 전문

세 작품을 예로 들었지만, 옥수수는 우리들 삶과 가장 밀접한 거리에 지금도 있다. 하모니카로, 이 빠진 동생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옥수수 밭가에 묻어야 했던 아픔도 서려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언제나 나를 업어주고 키워주신 사랑이 듬뿍 담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옥수수를 먹는 시기가 여름방학과 맞물려 추억을 간직하기 좋은 시기에 옥수수가 익어가기 때문에 더 추억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여름에는 하모니카처럼 물어뜯어 먹는 재미, 겨울이면 뻥튀기를 튀겨 먹었던 재미, 그 ‘뻥! 뻥이오!’라고 외치면 아이들이 우르르 도망갔다 뻥!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간 뻥튀기 앞으로 달려들던 모습들이 모두 옥수수를 통해 이루어졌다.

옥수수, 강냉이, 이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으로 올챙이국수, 옥수수 범벅은 강원도의 상징적 음식으로 꼽을 수 있다. 모두 배고픈 시절의 추억과 우리들 부모님들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는 삶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옥수수, 옥시기, 강냉이, 이 이름은 한여름 밤의 별빛만큼 소중한 추억을 오솔길로 우리를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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