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말꼬리
[세상의 자막들] 말꼬리
  • 임영석
  • 승인 2022.08.07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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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요즘 뉴스를 보면 그 말꼬리를 이어가는 모습이 세상 천태만상(千態萬象)을 다 보여주고 있다. 말의 격식이 무너져 그 실망감이 하늘을 찌른다. 대통령은 자신을 도와 선거운동을 했던 당 대표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문자로 측근에게 〈요즘 우리 당에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가 바뀌니 잘되고 있다〉는 문자가 일파만파 세상을 뒤엎고 있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었단 말인가?라는 실망감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동네 양아치들이나 쓰는 말에 말꼬리를 붙여 추태를 보이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었다. 여기에 당 대표직의 권위를 잃은 사람은 양두구육(羊頭狗肉) 말을 빗대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뒤에서는 개고기를 판다는 말꼬리를 달았다. 이미 우리는 많은 속담이 말에 대하여 해학과 풍자, 교훈을 주고 있다. 그 속담만 되새겨 살아도 사람이 살아가는 덕목의 반 이상은 가슴에 새기고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 길은 갈 탓 말은 할 탓 / 남 말하기는 식은 죽 먹기. /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 내말은 남이하고 남 말은 내가 한다. /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 / 말 속에 뼈가 있다. / 말은 건너면 보태지고 떡은 건너면 줄어든다. / 말 안하면 귀신도 모른다. / 관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하지마라. /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 /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 벙어리 두 몫 떠든다. / 빈 수레가 요란하다. / 사돈 남 말 한다. /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마음속 각각 말 각각 / 쇠귀에 경 읽기. /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 / 안방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다.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 어린아이 말도 귀담아 들어라. / 열 놈이 백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짐작해서 들어라.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르게 하라. / 장부일언 중천금 / 침묵은 금이다. / 제게서 나온 말이 제게로 돌아온다. / 좋은 약은 꿀도 쓰고 좋은 말은 듣기 싫다. / 콩으로 메주를 쑨 다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 가장 무서운 파괴의 도구는 폭탄이 아니라 사람의 혀다. / 남을 비난하고 싶거든 물가의 모래밭에 써라. 》

이 외에도 더 많은 속담이 우리들 삶의 세치 혀를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 모습을 보면 내 입에서 하는 말은 황금 같고, 남의 입에서 하는 말은 구린내 풍기는 똥 같다는 식의 말만 내뱉는다. 입만 조심해도 본전은 한다는 식이다. 왜 이런 말꼬리가 우리들 세상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모습으로 다가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진단을 하고 싶다. 토론 그 자체를 하지 않고, 기회주의가 너무 성행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땀과 노력보다는 인기에 몰입된 세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텔레비전 토론이 몇 번 있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이 핑계 저 핑계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런 모순이 그대로 현실에서 나타나는 결과라고 본다.

사실 세상의 여론은 이 말꼬리를 얼마나 능란하게 대처했느냐에 따라 변한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니 말의 모습은 평소 그 사람의 인격과 지혜, 지식이 담겨 튀어나오게 돼 있다. 알고 있는 만큼 딱 그만큼만 말을 하게 되어 있다. 흐르는 강물을 보면 강물이 많을 때는 강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다. 가뭄이 들면 강바닥에 깔린 바위며 돌, 모래 등이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말꼬리는 강물 속에 숨겨져 있는 그 많은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 사람이 돌을 잡고 던지면, 저 사람은 모래를 잡고 뿌리는 게 말꼬리다. 목소리가 좋다고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말속에 있는 말의 뼈가 얼마나 튼튼하고 강직한 말인가를 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말의 뼈를 삭히는 수많은 미디어 세상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요즘 유튜브들은 이 말꼬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진실을 왜곡하고 귀만 자극하는 말에만 길들어져 있다.

미디어의 발달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주는 면도 있지만, 반대로 출처도 확인되지 않는 말을 통해 세상을 혼란에 빠져들게 만든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먼 과거부터 당리당략으로 말꼬리를 잡아 숙청을 하고, 목숨을 빼앗고, 트집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니 말에 대한 속담이 그 어느 속담보다 많이 생겼다고 본다.

세상의 모든 예술은 이 말꼬리를 뛰어넘어 인간 본연의 마음을 품어내는 행위들이다. 세상 이치가 물과 불이겠지만, 그 물불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하면 모든 말에는 화근이 늘 뒤따르게 되어 있다. 그 화근이 말꼬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닌가 싶다.<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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