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열악한 재정, 고향사랑기부제로 돌파하길
[문화칼럼] 열악한 재정, 고향사랑기부제로 돌파하길
  • 전영철
  • 승인 2022.08.14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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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br>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지난 3일 영월 동강시스타리조트에서 영월군이 주최하고 영월문화도시지원센터와 한라대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인구소멸시대 ‘관계인구 확대를 위한 정책포럼’이 열렸다. 필자는 지난 2000년 영월 문화도시 조성계획수립에 연구자로 참여했다.

한때 인구 12만 6,000명이던 영월군이 인구 3만 8,000명으로 쪼그라든 현실에서 우리나라 천연자원, 화력자원인 석탄, 그리고 산자수려한 동강과 서강을 품고 있는데다 22개의 박물관을 지닌 도시로서 서사적 맥락에서 국민들의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관계인구와 여행자시민행동을 사업의 하나로 제안했다.

일년 반 사이 지역의 추진주체와 군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빛나는 문화충전도시 영월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 내 지역문제해결을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동력을 확보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예비문화도시 승인 1위라는 성적으로 현재 예비문화도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자체의 온 관심이 쏠린 관계인구와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한 정책포럼을 한 것이다.

그 동안 정책현장에서 이 분야의 연구를 해온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강원연구원을 비롯한 타 지자체 지역연구원, 관련분야 교수 등이 모여 이 문제를 폭넓게 다루었고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관계인구와 고향사랑기부금제가 무엇이기에 이러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일까?

출산율의 감소와 절대적인 농산어촌의 인구감소는 지역소멸의 위기까지 가져오고 있다. 초등학교도 면단위를 대표하는 학교였지만, 1학년이 한명도 없어 폐교의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촌아 울지 마’라는 에세이를 써서 온 국민의 마음을 울리셨던 삼촌같은 선생님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듯하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은 2021년 9월 28일 국회를 통과하였으며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시행된다. 자신이 주소지 이외 다른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해주고 추가적으로 3만 원의 지역특산물이나 다른 답례품을 받는 제도이다.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것은 물론 지역소멸 위기와 인구절벽 위기에 지방도시에 대해 온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실시했으나 우리와 달리 초기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북대지진으로 말미암아 비교적 열악한 경제상황에 처한 동북지역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며 이제 정착단계다. 전체인구의 15%가 이 제도를 통해 고향이나 타 지자체를 돕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고향사랑기부금의 총액을 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고 이에 따른 답례품 시장의 규모는 3,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지역의 농산물품질, 지자체에서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 절실함, 이러한 요인이 중첩되어 지자체에 따라 큰 스펙트럼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포럼에서 논자는 ‘문화도시와 관계인구’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몇몇 도시를 소개했다. 원주와 한지문화교류도시인 미노시의 워케이션(workation)을 통한 원격근무자를 위한 근무공간 숙박공간 제공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 사진의 마을로 알려진 일본 홋카이도 히가시가와정의 고향기부세에 그치지 않고 주주제도를 통해 지역 숙박을 제공하고 마을 만들기에 참여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문화예술의 힘을 통해 지역을 살리려는 도쿠시마 현의 가미야마(神山)는 “여러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생각과 아이디어가 겹쳐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레이 올든 버그(Roy Oldenburg)는 “정주와 유목 사이에 익명적 존재가 되어 고독하게 혼자 이동하고 주변을 관찰하게 한다”라며 집과 일터 사이에 제3의 공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미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원주의 당도 높은 치악산 복숭아, 배, 옥수수 등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분지형의 일교차가 큰 날씨, 사질양토의 토양 등이 만든 원주의 농산물은 고향사랑기부제에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계인구 정책의 초기모델인 한 달 살기, 고향사랑기부세에 대한 답례품 제공, 서포터즈 등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원주의 읍면지역의 문제에 같이 참여하고 해결해 나가는 좋은 관계를 가져올 수 있다는 면도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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