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행구동 천년 느티나무
[세상의 자막들] 행구동 천년 느티나무
  • 임영석
  • 승인 2022.08.21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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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원주에는 많은 노거수(老巨樹)들이 있다. 몇 차례 이 지면을 통해 이야기를 했지만, 다시 한번 원주 행구동 천년 느티나무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자 함은 원주시에서 이 느티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를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원주시의 보호수 중에는 느티나무가 많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안리 느티나무보다도 수령도 오래되고 건강한 나무로 자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보호의 기준이 되는 주변 환경을 보면 이 나무가 건강하게 앞으로 천년을 버티어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행구동 천년 느티나무는 혁신도시가 개발되기 전에는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는 그런 골짜기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동차가 다니고 주변에 많은 아파트 주거 시설이 들어서면서 느티나무가 천년 동안 살아왔던 환경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천년 세월을 버티고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나무라는 것은 이미 다른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고 본다.

대안리 느티나무가 350년 정도 추정되는 세월을 살았다. 그에 비하면 행구동 느티나무는 대안리 느티나무보다 보존 가치가 결코 어느 한 부분도 모자람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주변 환경도 더 자연친화적으로 보존시켜 주고, 그리고 주변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를 찾아와 쉼터로 삼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연은 주변 환경이 이미 다른 시설들이 들어서면 보호할 시기를 놓친다. 특히 행구동 느티나무는 행구동 수변공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나는 치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산에 있는 나무들의 숲도 중요하지만, 노거수들을 관찰하고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마음먹고 원주시의 노거수들을 찾아 나서면 정확한 지도가 없어 그 마을에 살아가지 않으면 노거수 나무들을 찾아가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야 자동차나 핸드폰에 지도를 나타내는 내비게이션이 있어 그래도 쉬운 편이다.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원주시에 있는 문화유산을 찾아가기란 만만치 않았다. 물론 지금도 관심 있고 흥미를 지닌 분들이 블로그 등에 사진과 찾아가는 길 등을 자세하게 관람 후기를 써 놓아 검색하여 찾기가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자연 유산으로 삼아 각 지역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예는 보지 못했다.

문막 반계리 은행나무가 그나마 원주시에서 많은 투자와 주변 환경을 개선하여 전국적인 아름다운 은행나무로 이름이 나 있다. 나는 글을 쓰며 자주 노거수 나무들을 찾아가 무음의 소리로 나무들과 대화를 하고 온다. 나는 행구동 느티나무를 다음과 같이 시조로 표현을 했다.

귀동냥 천년이면 들을 것은 다 들었고 / 달도 품고 별도 품어 품을 것이 없겠는데 / 봄이면 아기손처럼 나뭇잎을 품는다. // 꺾이고 부러지고 부르튼 가지마다 / 어제의 소리들을 더듬이처럼 만들어 / 허공을 더듬거리며 천년 동안 걷고 있다. // 세월도 등허리에 딱지처럼 달라붙어 / 그림자 하나까지 그 걸음이 다 달라서 / 해지면 집 찾아가는 아이들처럼 바쁘다. // 산은 산, 물은 물로 비추고 흘러가도 / 오롯이 연초록 잎, 그 하나만 내 보이며 / 빙그레 웃는 모습이 꼭, 천 살 먹은 아이다.

▲임영석 시조 「천 살 먹은 아이」 전문

2000년대 초반 내가 반계리 은행나무를 인터넷에 소개를 하며 많은 문인들이 은행나무의 위용에 감탄사를 연발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반계리 은행나무로 진입하는 길은 밭두렁을 걸어야 찾아갈 만큼 좁고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를 정도로 찾아가는 길이 열악했다. 이제는 인터넷 검색만 하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갈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나무가 되어 있다.

그래서 행구동 은행나무가 지금은 원주시 보호수로 되어 있어 그 보존과 주변 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이 행정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무를 사랑하고 역사적 자연 유산을 길이길이 후손들에게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행구동 느티나무도 원주시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하여 보호하고 관리를 한다면 원주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을 때보다는 그 관심도나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행구동 수변공원과 연계되는 길을 행구동 느티나무가 있는 길과 잘 연결해 놓으면 혁신도시와 행구동 마을 주민들에게도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자연유산의 공간을 확장시켜 줄 것이다. 특히 문화 관광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해, 폐사지, 노거수, 역사시설 등을 안내하는 팸플릿 등을 제작하여 각 터미널 등에 비치해 두면 원주를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반계리 은행나무처럼 행구동 느티나무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보호받는 방안을 원주시에서 마련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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