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인수위 백서 유감
[비로봉에서] 인수위 백서 유감
  • 심규정
  • 승인 2022.08.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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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편집장]
△심규정 [원주신문 편집장]

민선 8기 시장직인수위원회의 활동결과보고서가 발표되자, 일부 해당 기관과 단체에서 불만이 활화산처럼 솟구치고 있다. “사실관계가 왜곡됐다”, “편견에 사로 잡힌 한풀이식 보고서”라며 부글부글 속을 끓고 있다. 보고서에서 문제가 있는 곳으로 낙인찍힌 기관, 단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사들은 마치 감정의 둑이 터지듯이 와글와글 들끓고 있다.  

인수위는 문화재단에 대해 “타 지역 문화재단은 지원사업 공연의 경우 공연자의 70% 이상을 지역예술인으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원주문화재단은 관련 규정이 없어 지역예술인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이해관계인 및 특정 단체에 대한 공연 기회의 편중과 사업 지원 선정과정에 대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말도 안 된다”,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라는 반응이다. 지역예술인 지원사업의 경우 공고에 따라 평가위원회 심의 후 선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원 업체가 제비뽑기식으로 평가위원을 7명씩 뽑아 공정성을 기했다는 것. 지역 예술인 거주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등본까지 확인했다는 게 재단 안팎의 설명이다. 지나친 과장과 비약이란 얘기다.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이 1인에 의하여 축제 전반이 운영되고 있다”라는 인수위의 지적에 대해서도 축제의 연속성, 지역 정체성을 위해서는 1인 총감독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춘천의 마임축제, 전북 무주의 반딧불이축제, 정선 아리랑축제의 사례를 꼽을 수 있는데, 특히 마임축제의 전 감독은 무려 20년 간 역할을 수행해왔다.  

재단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매년 행정안전부에서 감사를 받고 있고, 시의회에서 행정사무감사를 받고 있다. 인수위 지적대로라면 감독기관이 지금까지 뒷짐을 지고 직무유기를 했다는 이야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허위사실’, ‘명예훼손’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지테마파크를 위탁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지개발원도 할 말이 태산같은 분위기다. 보고서는 “한지테마파크가 민선5기(원창묵 시장) 출범 등으로 부득이 한지개발원에 위탁 운영하기로 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한지테마파크 민간 위탁조례는 위탁운영이 꾸준히 논의되어 오다 지난 2010년 3월 민선4기 김기열 시장 당시 입법 예고되면서 본격화됐다는 게 한지개발원의 설명이다. 

또 보고서에 담긴 “사단법인 한지개발원에서 12년 동안 운영하였으나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꾸준히 자부담 비율을 높여 민간위탁금보다 비율이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용역결과에 따라 2019년 시의회에서 민간위탁동의안을 의결했는데, 수익금 전액을 시 세외수입 조치 후 위탁운영비 전액을 (시에서)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라는 것이다. “마치 원창묵 시장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처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체육인들도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 젖고 있다. 보고서는 “회장직(생활체육 포함) 장기(12년) 수행으로 안일한 운영이 지적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체육인들은 현 이수영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한 것은 12년이 아니라 생활체육회장 5년, 민간 체육회 출범에 따라 3년 포함해 8년이라고 밝혔다. 

이수영 체육회장은 원창묵 시장과 고교 동창이다. 체육인들은 “인수위가 ‘원창묵 시정=체육회 12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라며 색안경을 끼고 지켜보고 있다.  

민선 8기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출범 때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지방자치법’,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처음으로 제도적 장치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활동결과 보고서까지 시청 홈페이지 ‘e-book’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다. 원주시정이 12년 만에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교체되면서 그간 노출된 그릇된 사례, 적폐에 대한 불평, 불만이 밀물처럼 인수위에 접수됐을 것이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 가운데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향 제시도 있다. 그러나 따끔하게 꼬집을 때는 사실관계에 근거해서 논거의 증명력을 갖춰 합리적 의심, 정당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인수위의 사실관계 왜곡 사례를 지켜보면서 뭔가 의도를 갖고 지엽말단(枝葉末端)적인 것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해 짜맞추기식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매섭게 추궁당했던 기관, 단체는 지금 장(長) 교체기와 맞닿아 있다. 대표이사 사임에 따라 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현재 공모 준비중이고, 원주시체육회장은 오는 12월 22일 선거가 있고, 한지테마파크는 위탁운영기간(3년)이 올 연말 끝난다. 오얏나무(시정교체) 밑에서 너무 갓끈(백서)을 고쳐 맨 것은 아닐까?

인수위 활동 결과보고서는 앞으로 새로 출범하게 될 인수위의 역할 모델이 될 것이다. 물론 의욕적으로 열심히 활동한 부분이 있지만,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을 보니 모든 활동결과가 도매급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인수위 활동이 4년 뒤, 8년 뒤 과연 정면교사(正面敎師)가 될 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지, 시간이 지나면 오롯이 증명될 것이다. 시간은 번개불처럼 짧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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