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징표 읽기] 희망이 아니라 포기를 강요받고 있는 사회
[우리 시대의 징표 읽기] 희망이 아니라 포기를 강요받고 있는 사회
  • 조주복
  • 승인 2022.08.2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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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복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주복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1세기 디지털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 통합과 포용의 시대라고 하는 현재 우리 시대의 징표는 저출산률과 고독사를 포함한 자살률이 각각 세계 1위이다. 시대의 징표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욕구와 가치를 보여주는 표징으로 산에서 연기가 나면 산불이 났음을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저출산률과 자살률은 우리가 살 고 있는 현시대 사람들이 취업, 결혼, 출산에 대하여 희망이 아니라 포기를 강요받고 있고, 이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징표인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징표는 우리 사회의 앞날이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2002년 국민연금개혁과정에서 공론화 되었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책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근본을 벗어나 변죽만 울리는 정책의 추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송파구 세 모녀의 사망사건 이후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였으나 2019년 성북구 네 모녀, 그리고 수원 세 모녀의 고독사 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발표하자 정부는 우리가 선진국이 된 점을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자랑을 하였으나 저출산률과 자살률 1위의 국가라는 위상에서 우리를 과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보장의 원칙 중 제1의 원칙은 자립의 원칙이며 제2의 원칙이 보충성의 원칙이다. 청년층이 취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이 되어야 이성을 만나 데이트도 하고 결혼과 함께 출산이 이루어지며,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의 사회보장에 필요한 재원이 충족되어 노후가 보장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진정한 사회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법과 제도들로 기업은 투자나 고용을 회피하고, 지나친 경쟁체제 하의 학창시절부터 성적으로 차별을 받아 왔던 청년들은 취업을 통한 자립의 길 조차 막혀 이성을 만나 데이트를 하거나 결혼하고 출산을 할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족은 물론 외부와 관계를 단절한 채 은둔생활로 숨어들고 있고, 여성들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양육과 직무활동을 병행할 수 없도록 하는 조직문화나 가정문화는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어 갈수록 사회와 관계를 단절하고 자립의 의지는 물론 사회적 지원조차 거부하는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청년 취업과 여성들이 양육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가정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을 하는 땜질식 복지정책은 고립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의미하며, 앞으로 갈수록 취업, 결혼, 출산 등에 대하여 희망이 아니라 포기를 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완도 세 가족의 극단적 선택, 수원의 세 모녀 고독사와 같은 자살사건을 차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제도나 시스템을 정비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청년 취업과 여성들이 안심하고 양육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조직과 가정문화의 혁신을 위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혁신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힘든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일부 자치단체장은 재정자립도의 우위성을 내세워 청년기본소득, 청년수당제도의 추진 등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역행함으로써 정부와 갈등 초래는 물론 지방의 청년들을 수도권으로 집중시켜 지역의 인구소멸을 촉진하는 심각한 문제까지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전체를 위한 참된 사회복지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그리고 지역서회가 협력하여 통합되고 체계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정부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복지정책이나 시스템은 구축하겠지만 사회보장제도의 지원을 거부하는 사람들까지 일일이 찾아서 지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제도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은 나에게도 불행이나 사회적 위험이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주변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있는 지 살피는 사회적 연대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사회의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을 위해 설치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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