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곳간 사정 열악해 도로 포장 못하는 원주
[기고] 곳간 사정 열악해 도로 포장 못하는 원주
  • 김대중
  • 승인 2022.09.11 20: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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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원주시내를 운전하면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금새 느낄 수 있다. 덜컹대는 차량 진동과 파이고 갈라진 도로 상태를. 물론 포장도로의 노면이 시간이 가면 마모, 훼손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위에 덧씌우기 포장 공사를 해서 유지한다. 원주시내의 엉망인 노면 상태는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2~3년은 족히 된 듯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들리는 이야기로는 돈이 없어서 포장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매일 운전하고 걸어 다니는 시내 도로 노면을 관리할 돈이 없다는 이야기다. 원주시의 연 예산이 2조 원에 이르는데 돈이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연간 예산의 삼분의 일 이상을 차지하는 복지예산을 비롯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빼면 도시 인프라 구축비는 많지가 않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 있는 돈 마저 관광 사업이라고 하는 것들에 거의 몰빵을 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한다.

그 몰빵 사업의 첫 번째가 바로 출렁다리 사업이다. 2018년부터 시비만 2,000억 원 가까이 쏟아 붇고 있다고 한다. 거기다 앞으로 추가 투자해야 하고 유지 관리비만 연간 거의 10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개장 첫해에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고 홍보하고 난리를 치더니 그 이후로는 발길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개장에 따른 반짝 특수에 호들갑을 떨고 착각한 것이다. 현재 전국에 출렁다리가 208개라고 한다. 지자체들이 관광사업으로 너도 나도 설치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나라는 대한민국뿐일 것이다. 이렇게 지자체마다 생각 없이 출렁다리를 만들다보니 경쟁력이 사라진 것이다.

새로 개업했거나 특별한 곳으로 몰리며 특별하지 않은 곳은 이내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런 관광 사업은 호기심에 한번 가면 끝이다. 재방문이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와 그걸 넘어 말도 안되는 콘텐츠에 계속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펄펄 끓는 여름과 강추위가 몰아치는 겨울, 장마 등을 피하려 또 투자한다.

이 지경인데 출렁다리 사업이 후임 시장에 의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곳곳에 대못 질을 해놓았다고 한다. 후임 시장은 관광객 유인 효과도 별로이면서 시민의 혈세를 퍼먹는 하마여서 중단을 하던 지 어떻게 해보려해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못 질 해놓은 계획대로 돈이 계속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중앙선 폐선을 활용하는 반곡~금대지역 관광활성화 사업이다. 총 사업비 1,000여억 원 가운데 이미 500억 원 이상이 투자됐다고 한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사업장 부지 보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이미 올해 초에 54억 원 짜리 관광열차를 사업 현장에 갖다 놓았다고 한다. 이 사업장에 있는 중앙선 똬리굴은 그 자체로 역사성이 매우 큰 관광 유산이다. 거기다 메이크업 하듯 되지도 않는 치장을 하지 않아도 관광 상품이 된다.

안전하고 편리한 인프라만 제대로 구축해 놓아도 핫플레이스가 된다. 행정은 기업이 아니다. 혈세는 원주시민이 취업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업 걱정하지 않게 하는데 써야 한다. 문화적 욕구를 해소해주고 교육과 의료 복지의 질을 높여주는데 써야 한다. 시민의 혈세를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 내 주머니 돈이라면 그렇게 못한다. 현명하게 풀지 못하면 앞으로 재앙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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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2022-09-12 13:24:38
전임 시장이 관광에 몰빵했다면 현 시장은 삼성반도체 공장 유치에 몰빵했네요. 유치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어 보이는데... 공짜로 유치되지는 않겠죠? 여기에도 수천 억 원 이상 몰빵 들어가겠네요. 몰빵이란 단어 속어로 알고 있는데 점잖으신 분이 의외네요. 김대중 님의 날카로운 비판이 현 시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으면 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