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74) 악기의 새로운 분류 방법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74) 악기의 새로운 분류 방법
  • 최왕국
  • 승인 2022.09.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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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전통적인 악기 분류법>

우선 전통적으로 악기를 분류하는 방법은 “그 악기가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가”가 큰 틀이었다. 물론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욱 중요한 분류의 기준이다.

바이올린은 나무와 줄(絃)로 만들어졌지만, 현(絃)을 활로 문지르거나 손가락으로 뜯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현악기라고 한다. 물론 손가락으로 뜯는 방식보다는 활로 문지르는 방식이 훨씬 많이 쓰이기 때문에 바이올린(Violin)과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는 악기를 ‘찰현악기(擦絃樂器)’라고 한다. 반면 기타(Guitar)나 하프(Harp)는 손가락이나 ‘피크(Pick)’로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발현악기(撥絃樂器)’라고 한다.

<재료보다는 연주방식>

‘색소폰(Saxophone)’과 ‘플루트(Flute)’가 대표적이다. 관악기의 경우 금속으로 만들어진 ‘금관악기’와 나무로 만들어진 ‘목관악기’로 나뉘는데, 색소폰은 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소리를 내는 방식이 클라리넷처럼 마우스피스에 리드를 겹쳐 놓고, 불어서 떨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마찬가지로 ‘플루트’도 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바람이 악기의 모난 구멍을 통과하면서 진동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참고로 ‘금관악기’는 연주자의 입술을 떨어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분류가 애매한 악기들>

대표적인 경우가 소위 ‘건반악기’라고 불리는 악기들이다. 일단 피아노 같은 경우에는 건반을 눌러서 소리를 내긴 하지만, 피아노에 달려 있는 해머가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타악기’로 분류하기도 하며, 쳄발로도 역시 건반을 눌러서 소리를 내긴 하지만, 쳄발로에 달려 있는 핀이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현악기’로 분류하기도 한다.

심지어 오르간을 ‘관악기’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오르간 역시 건반을 눌러서 소리를 내지만, 바람을 불어 넣어 공기가 관으로 지나가면서 마찰을 일으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어떻게 분류하든 누가 맞고 틀리고 따질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분류법들이 음악의 아름다움보다 우선일 순 없지 않은가?

<악기의 신개념 분류법>

소리에도 ‘생로병사’와 유사한 패턴이 있다. 즉 어떤 소리가 생겨나서 최고점까지 갔다가(Attack) 급속히 하강하여(Dekay) 안정권에 접어든 후, 그 소리가 유지(Sustain)되다가 소멸(Release)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단어들의 첫 글자를 모아서 ‘ADSR’이라는 합성어가 생겨났다.

이때 ‘어택’과 ‘디케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소리의 특성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어택 타임이 빠르고 디케이 타임에서 하강하는 곡선이 크면 소리가 빠르게 발생했다가 갑자기 줄어들어서 피아노나 실로폰 같은 타악기들처럼 통통 튀는 소리가 생겨난다. 기타나 하프 같은 ‘발현악기’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어택 타임이 그리 빠르지 않고, 디케이 타임에서 하강하는 양이 적으면 바이올린이나 트럼펫처럼 안정적이고 도톰한 소리가 유지된다. 전자의 경우를 ‘fluctuation’이 쎈 소리라고 하는데, 이 단어의 원래 뜻은 ‘파동’, ‘극심한 금리나 주가의 변동’ 등을 말하는 단어다. 음악에서는 ‘소리의 파동’을 말할 때 자주 쓰이곤 한다.

이렇게 ‘fluctuation’이 강한 악기들은 주로 보컬 밴드 등 대중음악에서 많이 사용한다. 드럼, 기타, 베이스기타, 피아노 등이 이에 해당되며 콘트라베이스가 재즈나 보컬 밴드에서 사용될 때에는 피치카토 주법이 주로 쓰인다. 피치카토도 ‘fluctuation’이 강한 소리다.

이렇게 톡톡 끊어지는 소리를 보완하기 위해서 피아노나 기타 같은 경우에는 트릴, 또는 트레몰로 주법을 사용하며, 기타 같은 경우에는 전기적인 힘도 빌리게 됐는데, 기타의 톡톡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전기적인 힘으로 계속 유지되게 만들어 준다.

보컬 밴드에서는 ‘fluctuation’이 강한 소리를 보완해 주기 위해 ‘전자 키보드(신디사이저)’를 사용하는데, 이 악기는 전기의 파동을 소리로 바꾸어 만들어내기 때문에 부드럽게 이어지는 소리를 생성하여 쓸 수가 있으며, 다른 악기들을 포근히 감싸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 클래식 음악에서는 첼로, 클라리넷, 트럼펫 등 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악기들을 많이 사용하며, 각종 타악기와 하프 등으로 ‘fluctuation’이 강한 소리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다. 오늘은 다소 어려운 주제의 글을 써 봤는데, 소리의 특성을 말로 설명하려니 어색하긴 하지만 각 악기의 소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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