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시험대 오른 원강수 시장의 리더십
[비로봉에서] 시험대 오른 원강수 시장의 리더십
  • 심규정
  • 승인 2022.09.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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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인]

요즘 원강수 원주시장을 빗대 ‘일회용 시장’이란 말을 자주 접한다. 소신이 강한데다 거침없는 스타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원강수 시장이 과연 일회용 시장으로 그칠까. 이 말은 맞지 않다. 나이도 창창(50세)한 시장이 한 번 시장으로 만족하고 미련 없이 시장실을 등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회용 시장이란 말은 원강수 시장을 비아냥대는 말이다. 소신이 지나치면 아집으로, 독불장군으로 비칠 수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으로서, 결코 들어서는 안되는 자존심 상하고 면도날같은 표현이다.

요즘 원주시 공직사회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직원들이 ‘너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왜 그럴까. 격무? 다소 그럴 수 있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런 결론이 가능할 것이다. 12년 만에 시장이 교체됐다. 전임 시장의 직무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던 공무원들로서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시장을 접하다보니 어떤 문화 충돌을 겪을 수 있다. 

원강수 시장을 둘러싼 주변의 표현을 빌리면 고집 센 시장, 한 성질 하는 시장, 타인의 말에 쉽게 휘둘리는 팔랑귀 시장, 그리고 인재풀의 한계, 그런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시스템적 사고보다는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사고의 시장... 무엇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분별력이 부족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것이다. 물론 원강수 시장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겠지만. 

직원들은 “시장이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시장과 직원들 사이의 마음의 거리가 해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본인으로서는 시대 변화에 둔감한 제도화된 공직사회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일부 직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직원들까지 포용력을 발휘해 끌어안고 시정을 펼쳐야 하는 게 시장의 역할이다.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조직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도 모자랄 판에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없다. 근자열원자래(近者說 遠者來) 즉,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모이게 마련이다’라는 경구를 새겨봐야 한다. 

무엇보다 원강수 시장을 위험한 시장이라고 단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경직된 언론관, 삐뚤어진 언론관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인데 말이다. 그는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가 나오면 부글부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는 직선적으로 내뱉지 말고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최고의 처세는 참을 줄 아는 것이며 지혜의 절반은 참는 데 있다”라고 한 그리스 출신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에픽테트의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보도 내용이 공적 영역인지, 사적 영역인지 구분해서 대응해야 한다. 시정과 관련된 공적 영역을 언론이 왜곡, 허위보도했다면 시 차원에서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그러나 가족과 관련된 사적 영역, 자신과 연관된 제3자에 대한 팩트에 근거한 보도에 대해 그와 주변에서 강경 대응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접하고 어안이 벙벙했다. 공과 사를 이렇게 구분 못하니 시장과 언론인 사이에서 공무원들은 안팎곱사등 분위기다. 이러니 피곤해 죽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을 가졌다. 주제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대도여객(주)의 시내버스 운행 중단 2가지. 그런데 원 시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기전 원주시 관계자는 “질문은 가급적 두 가지 주제에 한해 받겠다”라고 주문했다.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우리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정부 각 부처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주제 외에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것은 늘 있어왔다. 때론 거친 언사를 주고 받거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서로 으르렁대는 경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장이 급한 일정이 있어서? 시장이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은 시민들 앞에 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자회견만큼 중요한 게 또 무엇이 있나. 시장은 기자라는 스피커를 통해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언제까지 언론과의 위험한 곡예를 계속할 것인가. 칼 마르크스는 “비판언론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없다“라고 말했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주제와 상관없이 기자들과 거칠게 토론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된다. 참, 답답하다. 

좋은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을 가늠하는 유일한 척도는 조직의 성공여부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존중과 충성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바로 시민의 행복,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 때문이다. 이 대명제 앞에서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의 자세, 더욱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원강수 시장은 지금 앞길이 구만리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버려라. 36만 시민의 얼굴이자, 1,800여 공직자의 마에스트로임을 다시 한번 자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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