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추억의 앨범에서 소환한 원주천
[의정단상] 추억의 앨범에서 소환한 원주천
  • 전찬성
  • 승인 2022.09.25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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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성 [강원도의원]
△전찬성 [강원도의원]

지난 20년 찜통 같은 여름의 기억은 머릿속 추억의 앨범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에어컨의 가성비가 떨어졌던 당시, 서늘한 그늘이 있는 장소엔 언제나 사람들이 모였다. 관설동 원주천에도 여느 때처럼 몇 개의 다리들이 태양을 막아주고 있었다. 근처엔 바비큐 내음과 함께 삼삼오오 모인 가족, 친구들의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이스박스에 둥둥 떠 더욱 시원해 보이던 수박, 맛있게 구워지고 있던 불판 위의 고기들, 돗자리 펴놓고 새근새근 잠이 든 아기에게 파리가 앉을까 부채를 살살 부쳐주던 할머니, 특히 깔깔대던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저녁이 되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그 자리엔 차량 헤드라이트를 켜 놓은 아저씨들로 야간 바비큐 판이 벌어지곤 했었다. 집에 가기위해 늘 지나가야만 했던 원주천은 시민들의 한여름 더위를 극복해 나가도록 힘을 북돋아주는 힐링의 장소였다. 

겨울엔 종종 태장동 원주천 스케이트장에 갔다. 당시 추억을 간직한 분들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괜시리 반갑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원주천은 다양한 생활문화들이 여전히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적 문제도 있었다. 취사에 따른 쓰레기처리 문제다. 시민의식 실종과 함께 최근 캠핑문화에서 말하는 매너타임도 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다리 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전국적으로 캠핑문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였다. 필자는 얼마 전 강변에 차를 세워놓고 원주천을 걸었다. 다리 밑을 지날 때 문득 느껴진 그때의 시간에 벅차올라 잠시 앉아 추억을 소환했다.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고, 만족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이 즐거움은 태초의 인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본능적 쾌락이다. 지금은 캠핑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 먹거리를 사들고 가려면 외곽의 캠핑장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다. 캠핑을 즐기는 것과 도심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조금 더 환경적으로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시민들이 원주천을 활용해 즐길 수는 없을까.

직접 다녀온 성공적인 도심 속 바비큐장을 소개한다. 여주시의 ‘금은모래캠핑장’이라는 곳이다. 여주시는 ‘사람과 공간의 조화’, ‘시민 중심의 열린 공기업’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2011년 도시관리공단을 설립하여 2016년 도심 속의 금은모래캠핑장을 수탁 운영하며 관리를 하고 수익을 내고 있다. 물론 수익보다는 시민 우선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주시의 특성상 하천부지가 커서 절반 이상은 관외 손님이라 쏠쏠한 관광 효과도 보고 있다. 여주의 시민들은 불법이 아닌 합법적으로 집과 가까운 곳에서 간단하고 가볍게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각종 이벤트 공연을 쉽게 볼 수 있고 최근에는 자동차 영화관까지 도입하여 매진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서도 매우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원주시는 어떤가. 원주시 시설관리공단은 2년간의 타당성 조사를 어렵사리 마치고 2020년 7월 설립이 되어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역할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중 하나가 도심 속 바비큐장의 관리와 운영이다. 하나의 사업이 추진되면 그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고, 사업의 경영 기술과 확장성도 가지게 되어 매우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시설관리공단의 높은 활용 가치를 함께 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다시 원주천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 여주시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캠핑문화와 접목시켜 관내 문화 예술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확대하고 가족 문화생활을 향유하며 어린아이들의 정서를 발달시킬 좋은 사례다. 관설동 다리 밑 시민들의 추억을 살려 영서고 앞 대평교부터 동부교까지 시범사업을 적극 추천한다. 실제 실행을 하자면 몇 가지 제안되는 법적 상황이 있지만,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캠핑 장비가 없는 사람들, 캠핑장에서 1박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 내 가족과 친구와 함께 언제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원주천은 거듭나야 한다. 원주천이 시민들 품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도심 문화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내포한다. 원주천은 정말 놀이터였다. 가방 던져놓고 물놀이와 다이빙을 했었고, 물고기와 자라를 잡았다. 가족들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친척 동생과 공놀이를 하던 원주천이었다. 그리운 우리 동네 그 원주천이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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