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휙휙 쓰러지는 공무원, 바닥까지 떨어진 공직사회 사기
[비로봉에서] 휙휙 쓰러지는 공무원, 바닥까지 떨어진 공직사회 사기
  • 심규정
  • 승인 2022.10.02 17: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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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편집인]

미국 산업안전의 선구자격인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하인리히의 법칙으로 유명하다. 그는 1931년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이후 산업재해는 물론 각종 개인 사고나 사회·경제적 위기 등에 인용되고 있다. 

글 서두에 고리타분한 경제학 법칙을 소개한 것은 최근 원주시 공직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청 공무원들이 자주 쓰러지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 K국장이 식사를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심정지 상태였다 희미하게나마 의식을 회복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코로나19에 확진되어 격리됐다 출근한 날, 화를 당했는데, 직원들은 그가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 교체기를 맞아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인 간현관광지 개발사업, 문화재단 운영, 한지테마파크, 강변가요제 등 주요 현안, 사업과 관련해 만성 피로가 겹쳐 몸이 납덩어리처럼 무거웠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빨리 일어나시라”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다. 앞서 한 부서의 과장은 심한 두통을 호소해 병가를 다녀왔다. 이 부서의 한 직원은 사무실에서 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장기 병가 중이다. 한달 전 격무에 시달린 한 직원이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이 같은 공직사회의 우환이 줄을 잇고 있다. 

공무원노조까지 나서 격무에 따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장문을 낸 것을 보면 체력에 과부하가 생겨 화근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시 집행부에서조차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각별히 챙기겠다고 발표한 게 엊그제다. 공무원들은 급우울 모드에 빠졌다.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회식을 꺼리거나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직원들이 검불처럼 픽픽 쓰러지는 원인을 쉽게 재단할 수는 없다. 다만, 한꺼번에 이 같은 우환이 집중된다는 점, 평소 주변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경제학 이론 가운데 수확체감의법칙이란 게 있다. 노동의 양을 2배로 늘린다고 해서 생산량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늘어난 노동의 양만큼 생산량이 늘겠지만, 어떤 한계점을 넘어서면 노동량을 늘려도 생산량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가 펴낸 ‘상상력 사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사회사상가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인간의 활동이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효율이 떨어지고, 나아가 역효과까지 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생산성을 높이려 노동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경우 노동효율이 어느 수준에서 상승세를 멈추게 되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확산하여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일리히의 법칙’이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코티솔과 아드레날린이 급증해 발생한다. 뇌의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결국 스트레스는 사기 저하로 이어져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다 보면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이 도져 짜증을 부르고 공격적인 반응을 쉽게 유발한다고 한다. 

원주시 공직사회의 정신 근력과 맷집이 이래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상대방의 처지와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밀어붙이기식 드라이브보다는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직진형 리더십보다는 숲 향기 그윽한 오솔길로 빠져 잠시 여유를 갖는 것도 조직의 재충전을 위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가을 왜 이리 가슴이 저민지, 너무 잔인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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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02-23 20:12:52
일기는 일기장에.